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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Apr 03. 2018

[은하철도 999] 다시 보실래요?

평생을 가는 애니메이션

 약속을 잡지 않은 토요일 아침과 낮은 여유롭다. <냉정한 이타주의자>라는 책을 읽다가 살짝 졸린다. 전편을 다운로드하여서 시간이 날 때 한두 편씩 보는 보물을 꺼내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 보물


[은하철도 999]


 처음 이 만화영화를 본 건 1980년대 초중반 초등학교를 다닐 때다. 매주 일요일에 방영됐던 걸로 기억한다. 뭔가 암울해 보이나 동경심을 자극하는 미래의 모습이 어린 나에게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증오의 별, 아지랑이의 별, 두더지의 별, 황금으로 둘러싸인 별, 위성 주택의 별, 죽은 영혼들의 별 등등 주인공 철과 메텔은 우주의 수많은 다양한 별을 여행하며 환경과 문화가 다른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때마다 특별한 에피소드를 겪는다.


 이 오래된 애니는 화질, 음향, 그래픽 등이 지금의 것에 비할 바 못된다. 그럼에도 나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와 함께 했던 그 우주의 신비로움과 영원한 생명 그리고 인간의 삶에 대한 메시지와 인상을 늘 가슴 한켠에 두고 있었다.



 약 5년 전쯤에 우연히 인터넷 사이트에서 <은하철도 999> 전편을 찾으면서 같은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천년 여왕>마저 발견했을 때 매우 흡족했던 기억이 난다. 사람들이 은하철도 999의 주제가는 많이들 기억하지만 천년 여왕의 주제가는 상대적으로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노래를 좋아하고 자주 불렀던 나는 지금도  천년 여왕의 명 주제가를 처음부터 끝까지 부를 수 있다. 실은 잊을 만하면 혼자 즐겨 부르곤 했다.


 철이는 '기계 인간'이 되어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999호를 탔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철이와 함께 '기계 인간'을 꿈꿨던 철이의 엄마는 지구에서 그러한 기계 인간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이는 메텔과 함께 기나긴 우주여행을 떠났고 기계 인간이 되어 엄마의 못다 한 삶까지 오래오래 살고자 하는 꿈으로 온갖 고초를 이겨 나간다.


철이는 대체 몇 살일까?


 철이는 이 작품에서 몇 살로 나오는 걸까? 작은 키와 생김새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철이는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많이 쳐 줘야 중학교 1학년 정도로 보인다. 그러나 은하철도 999 수십 편에 걸쳐 철이와 메텔이 겪는 수많은 에피소드 안에서 철이를 살펴보면 그가 어린아이와 같은 외모와는 달리 매우 조숙하고 독립심과 의지가 강한 인물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먹는 걸 좋아하고 좋고 싫은 게 분명하며 장난기가 많고 눈물이 많은 걸 보면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또 많이 감지되지만, 심각한 주제에 대해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똑 부러지게 말하고 행동하는 걸 보면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좀 어린 시절엔 나도 은하철도 999를 함께 타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기계 인간이 되고 싶다거나 영원한 생명을 얻고 싶다거나 한 이유는 아니다. 그저 우주여행이 신나고 흥미진진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고, 철이와 메텔이 위험에 종종 빠지기 때문에 내가 그들을 돕거나 구해 주고 싶다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아마 나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비슷한 소망을 가져 보지 않았을까.


 어제 중학교 1학년이 된 큰딸에게 물어보니 자기도 예전에 은하철도 999를 봤다고 한다. 그러나 딸에게는 더 감동적이고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은지 은하철도 999에 대한 애착이 나처럼 크지 않아 보였다. 참고로 딸은 [하이큐]라는 만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현했다. 조만간 시간을 내어 이 작품 속에도 빠져 봐야겠다. 사랑하는 딸이 그 속에서 무얼 보고 무얼 느끼고 무얼 사랑하게 되었는지 나도 경험해 보고 싶다.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되면 외장하드에 [은하철도 999]와 [천년여왕] 전편 파일을 담아 딸에게 주고 딸이 제대로 다시 감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딸과 두 작품에 대해 달콤하고 공감 가득한 수다를 떨고 싶다.


 참! 메텔에 대해서는 왜 말 안 하는지 궁금한가?


 그야 물론 이번 글에서 메텔 이야기까지 다 다룰 수가 없다.


 그녀에 대해 우리들 모두 할 말이 너무 많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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