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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Jun 09. 2019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아주 신났다. 저자 혼자 자신만의 무기 소개하느라 신났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야마구치 슈라는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펌 콘페리헤이그룹의 시니어 파트너(작가 소개를 그냥 있는 그대로 가져와봤다)가 쓴 읽기 쉬운 철학책이다. 저자는 자신의 엄청난 커리어를 쌓고 인정받는 데엔 본인이 알고 있는 철학 개념들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철학 개념 50가지를 실생활에 접목시켜 알기 쉽게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에 풀어놓았다. 본론부터 말하자면, 그럴싸한 제목과는 달리 내용은 다소 뻔하기도 하고, 고개를 갸우뚱할 만큼 의아한 부분도 존재한다. 


뻔하기도, 의아하기도 한 책

사실 이 책이 순전히 욕만 먹을 정도로 별로인 책은 아니다. 다양한 철학 개념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접목시켜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책이니까.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인간의 모습에 대한 철학자들의 통찰을 잘 담았다. 20개 정도의 개념도 아니고 50개나. 하지만 평소 철학에 대해 관심이 없다가 이제 막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간단한 철학 책을 통해 철학 교양을 쌓아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꼭 피하라고 전하고 싶다. 


사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다루고 있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 정도인 것 같다. 첫 번째는 소셜 네트워크의 순기능, 두 번째는 이 세상에 확실한 진리는 없으니 비판적으로 살아가라는 것. 전통적인 가족과 집단의 개념이 허물어 짐에 따라 소셜 네트워크가 새로운 형태의 가족 혹은 사회 집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SNS를 비판하기보단, 나름 순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은 이 철학책(혹은 에세이)이 트렌드를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비판적으로 살아가라는 말 역시 정보 홍수 시대엔 꼭 필요한 말이기도 하다. 


우리도 쓸 무기가 아니라, 저자만의 무기

하지만 이 책은 다소 '꼰대'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읽으면서도 깜짝 놀랐던 부분은 '젊었을 때 최대한 고생을 많이 해보라'라는 대목이었다. 실패를 예측해서 보안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실패를 통해 허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내용 끝에 '교훈'처럼 저자가 덧붙인 내용이었는데 보고 책을 7초간 덮었다. 만약, 아주 만약 저자가 일본 국적의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적의 사람이었다면 저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저 대목을 읽는 순간 난 책 제목이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가 아니라 <철학은 어떻게 젊은이들의 삶의 무기가 되어야 하는가>로 바뀐 것 같았다. 저자가 비판적으로 사는 태도를 지향하라 했는데 저자의 말부터 비판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철학 입문서는 절.대.로 아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철학 입문자가 읽을 책이 아니다. 고등학교 때나 대학교 때 윤리와 사상, 혹은 철학 입문을 잠깐이라도 공부했고, 기억을 다시 되살리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딱 좋을 거 같다. 50가지 키워드만 따로 메모해놓고 내가 공부한 내용을 다시 복습하는 것이다. 이 책을 쓸 때 저자의 표정이 상상이 된다. 철학 개념 하나와 자신의 성공 경험을 엮어서 쓸 때마다 얼굴이 벌겋게 흥분된 채로 흐뭇한 미소로 글을 정신없이 쓰고 있는 모습. 내가 철학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한 것은 철학은 자신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모습은 베이컨의 '동굴의 우상'을 잘 드러낸다. 자신의 경험에 갇혀서 신나게 50가지의 철학 개념을 설명하는 모습. 이 책에 담겨 있는 50가지의 철학 개념은 절대로 순수하지 못하다. '저자만의' 비밀병기들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 책은 철학책 인척 하는 '나 이렇게 성공했어' 식 자기계발서였다. 


역시 철학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보단 혼자 고민하고 혼자 공부해봐야 하는 학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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