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도 말고 덜도 말고 기본만 담았다.
과연 마케팅이란 무엇일까. 본질적인 질문은 항상 어렵다. 이런 질문은 마치 '죽음은 무엇일까', 혹은 '아이스크림이란 무엇일까'와 같은 정도의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것 아닐까. 그래도 이렇게 어려운 질문에 대해 조금이라도 깔끔한 답을 찾길 원한다면 세스 고딘의 <마케팅이다>를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사실 제목은 큼직한 볼드체로 THIS IS MARKETING이라 써져있어서 조금 부담스럽다..).
사실... 마지막 페이지만 읽으면 된다
페이지 수가 무려 365페이지나 된다. 수학의 정석을 떠올리게 만드는 두께와 제목의 <마케팅이다>는 사실 뭐랄까 비계가 많은 삼겹살 같은 책이랄까..? 마케팅의 대가 세스 고딘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사실 이 책은 365pg 만 읽으면 나머지 364 페이지들은 굳이 읽어보지 않아도 될 정도다. 그래서 바빠서 365 페이지나 되는 이 두꺼운 책을 읽기 부담스러운 마케터들을 위해 365pg를 첨부한다.
진짜 이게 다냐고 물어본다면, 진짜 솔직히 말하면 이게 다다. 앞에 있는 364pg 들은 세스 고딘의 다양한 경험과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가 담겨있다. 쉽게 말하면 위 항목들에 대한 다양한 레퍼런스가 담겨있다고 볼 수 있겠다. 레퍼런스가 사실 진짜 중요하긴 하나, 뭐 핵심만 얻고 싶다면 위에 첨부된 사진 한 장이 앞 364 페이지들에 대한 핵심적인 요약이라는 것이다.
모두에게 팔려고 하지 마라
저 13개의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귀결된다. 세스 고딘은 반복적으로 자신의 메시지를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자사의 제품을 모두에게 팔기 위해 노력하기보단, 소수의 타깃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소수의 충성고객을 확보해 놓는다면 그들로부터 입소문이 퍼질 것이고, 결국은 '남들 다하는 데 나만 안 해서 한다' 수준의 시장 점유율까지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 마케터들은 사실 그게 어려워서 하질 못한다(솔직히 말하면 위험부담이 커서 윗선에서 잘린다). 하지만 세스 고딘은 마케터가 '너를 위한 게 아니야'라고 말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래, 내 물건을 살 사람은 따로 있어. 너를 위한 건 아니야. 이런 다소 뻔뻔하지만 용감한 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자사 물건에 대한 자신감과, 그 물건이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인 변화에 대한 신뢰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내 물건을 사는 사람이 이에 만족하고, 굳이 마케터가 노력하지 않아도 알아서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까지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타깃이 확실히 정해져 있고 그들의 니즈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0.25인치 드릴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0.25인치 구멍을 원한다
<마케팅이다>는 소비자의 문제를 파악하기보다, 스스로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라는 구절이 있다. 마케터조차 자사의 물건을 왜 사야 하는지 모른다면 소비자도 알 수 없다. 물품을 통해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변화시키고자 하는 대상을 명확히 해야 소비자들도 이에 공감할 수 있다. 그 이후에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한다.
<마케팅이다>는 마케팅이라는 다소 난해하고 뜬구름 잡는듯한 분야를 전문가의 시선으로 나름 명쾌하게 해설해놓은 책이다. 하. 지. 만 이 책을 마케팅 6년 차, 7년 차들에게 권하고 싶진 않다. 그들이 읽는다면 아마 이 책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테니까. 대신 이 책을 마케터 워너비, 공모전을 한창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겐 권하고 싶다. 단순히 크리에이티브하고 재밌는 아이디어가 소비자들에게 먹힐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는 지나치게 열정적인 대학생들. 배달의 민족의 말장난에 감탄하고(배달의 민족에 대한 악의는 없다), 패러디 영상 레퍼런스만 찾는 대학생들에겐 <마케팅이다>가 들떠있는 마음을 조금은 진중하게 만들 수 있는 그런 책이 아닐까 싶다. 마케팅의 기본을 담은 책. 딱 기본만 담은 책이 바로 <THIS IS MARKETING 마케팅이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