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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Apr 13. 2020

중독은 더 심해질 뿐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셰임>

무언가에 중독이 된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다. 딱히 지금까지 살면서 무언가에 중독되어 본 적은 없으나 수많은 연예인들이 자신이 쌓아온 명성과 부를 마약 중독, 도박 중독으로 잃어버리는 걸 보면 그렇다. 그들은 그 위치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겠는가. 단지 한 순간의 즐거움, 짜릿함 때문에 그 모든 걸 감수한다는 건 그만큼 중독이란 것이 사람을 얼마나 비이성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 어떤 형태의 중독이든 모두 위험하다. 왜냐하면 중독은 더 심해질 뿐이니까.  


중독은 더 심해진다. 그래서 위험하다

중독을 완벽히 치료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물론 각종 중독 치료 센터가 허투루 존재하는 것은 아닐 테다. 하지만 중독에 있어서 완치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평생 참고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중독이 생겨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중독을 예방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잔인하지만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면 바로 중독으로 인생을 망친 사람을 보는 것이다. 일종의 공포 소구다. 다소 극단적이긴 하나 <셰임>의 브랜든을 보면 섹스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브랜든은 섹스 중독이다. 밤마다 돈으로 성욕을 푸는 것은 기본이고, 회사 컴퓨터에도 온갖 음란물을 다운로드 해 놓아서 컴퓨터가 바이러스에 걸릴 정도다. 제대로 해본 연애는 고작 4개월. 그는 결혼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라고 한다. 한 사람과 평생을 약속하는 건 따분하고 질리는 일이라고. 만약 브랜든이 시간이 지나면서 개과천선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셰임>은 그냥 희망찬 메시지를 담은 중독 치료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공포 소구를 통한 섹스 중독 예방이라는 암묵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브랜든을 더욱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셰임>에는 상당히 자극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오지만 모든 장면들이 불쾌하다. 더 크고 극단적인 자극을 추구하는 브랜든의 모습에서 섹스 중독의 결말을 알 수 있다. 중독은 완치되기 어렵다. 그게 잔인하지만 냉정한 현실이다. 

<셰임>은 섹스 중독을 메인 주제로 잡고 있지만 사실상 모든 중독에 대해 경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독은 시간이 지나면 더 심해지고 결국 내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은 존재다. 어쩌면 나도 이미 무언가에 중독되어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알아채지 못할 만큼 작은 존재이지만 그 존재를 알아차릴 만큼 중독이 커졌을 땐 이미 늦어버린 건 아닐까. <셰임>은 무의식적으로, 반복적으로 소비해온 내 일상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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