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사랑의 과정을 독특하게 그려낸 <이퀄스>
사랑은 다소 뻔한 과정을 거쳐 모습을 바꾸어 간다. 첫눈에 서로에게 반하는 일은 사실 거의 없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그 마음은 점점 커진다. 처음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던 상대방도 그 커져버린 상대방의 마음을 조금씩은 의식하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렇게 서로 마음을 키워가다 정말 '사랑'을 나누게 된다. 하지만 사랑의 시작도 달랐듯, 이별의 시작도 다르다. 한 사람의 마음이 먼저 식기 시작한다. 처음엔 눈치채지 못하지만 과거에 비해 너무나도 작아져 버린 상대방의 관심을 눈치채고 그도 마음을 정리한다. 그렇게 둘은 이별한다.
이런 뻔한 사랑을 독특한 SF 장치를 통해 표현한 영화가 바로 <이퀄스>이다. <이퀄스>에서 사람들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다.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약물을 통해 이를 제어하려고 한다. 제어가 안 되는 심각한 수준이라면 따로 끌고 가서 죽여버린다. 감정은 사회의 악이고 질병이다. 이런 사회에서 평범한 그래픽 디자이너인 사일러스(니콜라스 홀트)는 감정이 통제된 사회에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감정 보균자'이다. 그는 자신이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감정을 통제해주는 약물을 먹는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일 뿐, 사일러스는 죄책감과 끊임없는 외로움에 시달린다. 그러다 그는 직장 동료 니아(크리스틴 스튜어트) 역시 감정 보균자임을 알아낸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게 된다. 사일러스는 자신이 니아와 사랑에 빠졌음을 깨닫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니아 역시 사일러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마음을 받아주고 서로의 마음을 차가운 세상 속에서 보듬어 준다.
그렇게 둘은 몰래 사랑을 나누다가 그 사회를 탈출할 계획을 세운다. 감정이 통제되는 사회가 아니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섬으로. 그렇게 탈출을 하려고 했으나 니아가 임신을 하며 정부에게 걸려버린다(임신 역시 맘대로 하면 불법). 사일러스는 니아가 정부 손에 죽임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고통을 잊기 위해 새롭게 개발된 감정 치료제를 받는다. 사실 이는 사일러스의 오해였고 니아는 살아있었다. 무사히 수용시설에서 탈출한 니아를 반겨주는 건 이미 감정이 삭제되어버린 사일러스. 사일러스는 자신이 니아를 사랑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만 정작 그 감정은 잃고만 것이다. 그래도 탈출하기로 한 계획은 있으니 둘은 기차를 타고 탈출을 한다. 감정을 잃은 사일러스가 니아 기차 옆칸으로 옮겨와 니아의 손을 잡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감정이 통제된 새하얀 사회라서 그런지 그 둘의 사랑은 더 생생하고 아름답다. 비록 마지막에 사일러스가 약물로 인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잃는 모습은 사랑이 식어가는 커플의 모습과 닮았다. 과연 그 둘은 탈출해서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을 느낄 수 없는 더 이상 사랑을 할 수 없는 사일러스를 니아는 사랑할 수 있을까. 열린 결말처럼 영화가 끝났지만 과연 정말 결말이 열려있을까. 지금까지 우리의 경험만 떠올려도 일방적인 사랑은 상처뿐이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