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느쾀 Jan 03. 2021

하나의 선택 뒤, 무한한 가능성

<미스터 노바디>

우리는 매일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점심을 뭐 먹을지 선택하는 것부터 어떤 회사에 입사를 할지까지. 그리고 우리는 그 선택을 하기 전에 선택을 하고 난 후의 삶을 상상해본다. 내가 이 커리어를 선택하면 내 인생은 이럴 것이고 저럴 것이고 어쩌고 저쩌고.. 미래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내리는 선택이란 없다. 선택을 하기 전 우리는 찰나의 순간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본다. 

<미스터 노바디>는 선택으로 시작하고 선택으로 끝이 난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이혼. 그리고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9살짜리 아이는 가장 큰 선택의 기로에 빠진다. 만약 아빠랑 살게 되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만약 엄마랑 살게 되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그 두 가지 선택 이후 자신이 살아갈 삶을 아이는 상상한다. 물론 그 짧은 순간 자신의 죽음까지 내다보는 아이는 없겠지만 영화니까 그러려니 하자. 결혼하는 여자도 달라질 것이고, 직업도 달라질 것이며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그 모든 상상을 다 마친 후 아이는 더 큰 딜레마에 빠진다. 그 두 가지 선택 모두 이후 펼쳐질 삶을 비교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둘 다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었다. 그 딜레마 속에서 아이는 새로운 상상을 한다. 바로 아빠도, 엄마도 선택하지 않고 떠나 버리는 그런 길. 과연 아이는 제3의 길을 선택한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그것 역시 가능성이다.  

이 영화는 선택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굉장히 어지럽지만 몰입도 높은 스토리를 전개한다. <나비효과>랑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있는데 <나비효과>보단 훨씬 밝고 유쾌하지만 또 다채롭다. 극 중에선 이런 대사가 있다.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즉 선택을 내리기 전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는 무한대라는 것이다. 경우의 수 뒤의 또 경우의 수 뒤에 또 경우의 수... 무한히 반복되는 것. 마치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듯, 우리는 아주 단순한 선택이라도 선택을 내리기 전에 하나의 우주를 내 머릿속에서 탄생시킨다. 그래서 우리는 선택을 잘해야 한다. 그 무한한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니까. 엄청나게 다양한 음식이 존재하는 뷔페에서 딱 한 가지의 음식만 먹을 수 있다면 꽤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각각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옳은 것이야... 모든 길이 올바른 길이다. 모든 것은 다른 것일 수도 있고 그 의미보다 많은 걸 가질 수 있지 

선택을 하기 전 내가 상상하는 나는 'Nobody'이다. 존재하지 않지만 그만큼 자유로운 존재. 하지만 선택을 내린 후엔 존재와 동시에 자유를 상실한다. <미스터 노바디>는 안 그래도 심한 내 결정장애를 더 악화시켰다. 벌써부터 카페 메뉴판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고 있을 내 모습이 상상되는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