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
얼마 전에 한국어 능력 시험을 준비하면서 배운 사실이다. 나태와 권태. 둘에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나태 (懶怠) [나ː태] [명사]: 행동, 성격 따위가 느리고 게으름.
권태 (倦怠) [권ː태][명사]: 어떤 일이나 상태에 시들해져서 생기는 게으름이나 싫증.
사실 우리가 게으름 피우는 사람에게 '나태하다'라고 하지 권태롭다 하진 않는다. 반면 어떤 일을 하다가 싫증이 났을 경우, 권태롭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둘의 의미는 표면적으론 헷갈릴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나 내 마음은 두 단어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다.
나태한 걸까, 권태로운 걸까
지금 난 나태한 걸까, 권태로운 걸까. 과연 내가 그냥 게으름을 피우고 싶은 건지, 아니면 내가 하고 있던 일이 지겨워진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이전까진 나태와는 거리가 멀었던 나였다. 항상 플래너에 할 일들을 적어놓고 퀘스트를 깨듯이 매일매일 할 일들을 해나가는 재미로 살아온 나이다. 그런데 요즘따라 무기력하고 동기부여가 안 된다.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따뜻한 침대에 누워서 하루가 아닌 '한 주'를 통째로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만큼, 쓴 만큼, 나 자신이 성장했는지 난 잘 모르겠다. 얼마나 달렸는지도 모르는 데다가 골라인도 보이지 않는 마라톤을 무작정 뛰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지금 내가 뛰는 속도가 적절한지, 너무 무리해서 뛰고 있던 건지 알 수 없다. 이렇게 뛰다간 중간에 치쳐서 포기해버릴 거 같은 오싹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조금의 여유를 찾고 싶었던 마음이, 괜한 욕심을 부려서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은, 그런 무기력한 마음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여유를 넘은 공허함. 그래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그냥 누워만 있고 싶을 뿐이다.
권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사실 권태가 아니었으면, 그냥 날씨 때문에 나태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지만, 혹시나 권태일까 봐 두렵다. 권태기가 온 대다수의 커플이 그 권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것처럼 나도 내 꿈과 권태기에 돌입한 게 아닌가 하고. 권태로 인해 내 꿈과 헤어지는 날이 온다면, 난 또 다른 꿈을 찾아야 할 테고, 다시 처음부터 그 긴 마라톤을 뛰게 될 것이다.
내 마음을 이해하고 싶다
따뜻한 날씨가 가고 다시 꽃샘추위가 찾아오면, 이런 마음이 봄기운과 함께 사라졌으면 한다. 다시 예전처럼 욕구에 불타서 끝이 보이지 않는 마라톤을 무작정 달릴 수 있을 만큼 그런 무모함이 돌아왔으면 한다. 내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내 마음의 주인인 나도 잘 모르는데, 다른 사람들을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 혼자 내 마음을 이해하려고 한다. 공허함으로 가득 찬 내 '나태' 혹은 '권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그냥 시간이 답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