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도, 동사도 아닌 부사, '바스락'
우린 각자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씩은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 누군가에겐 '구름'이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꽃'이 기분이 좋아지는 단어일 수도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명사도, 동사도 아니다. '바스락'이라는 부사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바스락'
우린 보통 '바스락'이라는 단어를 낙엽과 같이 쓰는 경우를 자주 목격하곤 한다.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고 지나갔다, 바스락거리며 어느샌가 우리 곁으로 다가온 가을 등등 바스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낙엽, 그리고 가을이 차례로 연상된다. '바스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폭신폭신한 낙엽 더미에 몸을 던지고 싶은 욕구가 솟구친다고 할까나. 쌀쌀해지는 가을에 '바스락' 거리는 낙엽을 이불 삼아 누워있으면 그 어떤 침대보다도 포근할 것 같은 느낌이다.
언제부터 '바스락'을 좋아하게 된 것일까. 바지락도 아니고(죄송) 바스락을 좋아하게 된 것은 정말 어렸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함께 단풍 구경을 자주 다녔었는데, 낙엽 밟는 것을 그렇게 좋아했었다. 그럴 때마다 난 소리가 '바스락'이었고 자연스럽게 그 소리에 호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딱딱한 흙바닥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느낌, 모두 다 알 것이다. 어린아이가 오랫동안 산길을 걷다 보면 발바닥이 아픈데 낙엽 위를 '바스락' 거리면서 걸을 땐 자연이 준 '쿠션' 위를 걷는 것 같았을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그리워지는 것
쌀쌀한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바스락.' 요즘엔 통 들을 일이 없다. 이는 가을이 지난 지 꽤 됐기 때문이라는 잔인하리만큼 간단한 이유가 있다. 사실 낙엽을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있겠지만 너무 바쁜 일상에 파묻힌 나머지 내가 정말 좋아하던 것도 잊어버린 게 아니었을까 성찰해본다. 그렇게 좋아하던 '바스락'인데 오늘에서야 오랜만에 떠올라서 글을 쓰는 것도 반성해야 할 것 같다.
이제 막 겨울이 끝나가고 봄이 다가오고 있다. 바스락 소리를 들으려면 한 참 남았다. 벌써부터 가을을 그리워하는 내 모습이 비참해 보이지만 어쩔 수 없다. 낙엽을 밟고 싶고, '바스락'을 듣고 싶으니까. 그때까지 '바스락'에 대한 향수를 머금고 기다린다면 분명 가을이 왔을 땐 그냥 흘려보내지 않을 것이다. 낙엽들을 정성껏 밟아보고, 그들의 온기를 느끼는 날 만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