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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Feb 23. 2017

나를 더 성장시키는 불편한 책

채사장의 <열한 계단>

채사장의 책은 <시민의 교양>으로 처음 접했었다. 채사장 특유의 부드러운 문체,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실제로 대화를 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의 글들은 나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그의 또 다른 저서인 <열한 계단>은 그가 쓴 다른 책들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었다. 그가 지금의 그로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준 11가지의 불편한 지식이 무엇이었을까 하며 펼쳐본 <열한 계단>. 그의 책은 역시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평소에 품고 있던 '불편한' 물음 

우린 모두 사람들이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막연한 궁금증을 품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막상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고 불편한 마음을 묻어두고 살아왔을 것이다. 하지만 채사장은 달랐다. 그는 그런 불편한 사실을 용기 있게 마주했다. 그는 '삶은 무엇일까'라는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해서 문학에서 우주까지 방대한 분야를 넘나들며 그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헤겔의 '정반합'을 사용하여, 기존에 그가 갖고 있던 상식(정)에 대한 의문을 통해 불편한 지식(반)을 만나고 새로운 진리(합)를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이런 헤겔을 넘어서, 니체, 티베트 불교 사상까지 설명하면서 그의 끝없는 질문에 답을 해 나간다. 이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반합이 나타나고, 그는 계단 하나하나를 오르면서 성장할 수 있었다. 


불편한 만큼 성장한다

<열한 계단>에서 다루는 내용 중에는 기독교 관련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난 항상 기독교에 대해 의문을 품어왔는데, '정말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었다. 평생을 이기적으로 살았어도, 예수의 존재를 믿는다면 정말 구원받을 수 있는 것인가. 


이 책은 완벽한 진리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라고 한다. 이 말은 나로선 매우 불편할 수밖에 없는 말이었다. 평소에 진리가 무엇인지 궁금해했고, 확실한 답을 찾고 싶었는데, 진리의 존재를 포기하라니. 심히 불편한 말이었다. 하지만 더 읽다 보니 그 말이 어떤 뜻인지 이해가 되었다. 생각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고 세계의 복잡성을 받아들일 만큼 유연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확실한 근거에 집착하는 특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이런 복잡한 세상에서 진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무리가 아녔을까. 이런 불편한 책을 통해 난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채사장과 함께 11 계단을 오르고 난 뒤, 느낀 점은 세상은 참 넓고 복잡하지만 그 중심에는 '나'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없어지면 이 세상을 인지하고 느낄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이 세상은 의미 자체를 상실한다. 내가 존재해야지만 의미가 있는 이 세상. 나 자신의 소중함을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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