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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쾀 Feb 22. 2017

예능 PD가 뭘 하는지 알고 싶니?

《예능 PD와의 대화》, 그들의 생각과 느낌 

PD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PD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직 예능계에서 몇 년간 몸담고 있는 베테랑들이 말하는 실제 예능에 대해서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을 것이라 장담한다. 나 역시도 예능 PD가 어떤 일을 하는지 인터넷 검색이나, 관련 책들을 통해서 배웠지 실제로 그들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이라던지, 업무 환경이 어떤지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전직 KBS PD였던 홍경수 교수가 5명의 예능 PD들을 인터뷰 한 내용으로 각색한 책, 《예능 PD와의 대화》는 많은 예능 PD 지망생들에게 예능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베테랑들이 생각하는 '예능'

《예능 PD와의 대화》는 총 5명의 예능 PD들을 인터뷰한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김병욱 PD, <개그콘서트>의 박중민 PD, <아는 형님>과 <썰전>의 여운혁 PD, <1박 2일>의 이명한 PD, 그리고 <힐링 캠프>의 최영인 PD. 이 책은 딱딱하게 서술식으로 쓰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인터뷰한 내용이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읽기 편한 구어체로 작성되어있다. 총 5개의 인터뷰는 각 회사의 CP(Chief Producer), 그 이상을 맡고 있는 예능계의 베테랑들이 예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전반적인 물음을 담고 있다. 



예능은 떡볶이와 김밥이다 

이 말은 <썰전>의 여운혁 PD가 한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예능은 그저 고된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간식'같은 것이지 영양가나 건강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만들어지는 게 예능이기 때문에, 예능에서 영양가를 찾을 수 없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애초에 잘못된 기대를 하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즐거운 예능은 현상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 '거리두기'란 그 현상을 객관화함으로써 나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닌, 대중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는 행위를 가리킨다. 

다른 관점을 갖기 


5명의 PD들은 '창의력을 어떻게 키울 수 있나요'라는 물음에 대해 공통점으로 '다른 관점을 갖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답한다. 여기서 다른 관점으로 본다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사물을 일반적이지 않은, 다른 시각으로 색다른 면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기존에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새로움을 이끌어낸다는 것은 이명한 PD의 말을 통해 잘 이해할 수 있다. <1박 2일>의 이명한 PD는 좋은 예능은 보편화된 플랫폼 위에 창의적인 무언가를 더한 것이라고 한다. 하늘 아래 똑같은 것은 없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맷 위에 새로운 양념을 뿌리면 그것이 바로 창의적인 예능이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예능 포맷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고 새로움을 첨가하려고 노력하는 것. 이게 바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방송국마다 업무 환경이 다르다 


5명의 PD들이 근무하는 환경이 다 다른만큼, 그들이 설명하는 방송국들의 환경도 다 달랐다. 우선 KBS 같은 경우는 공영 방송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자유로움이 타 방송보단 덜하고, 움직임이 굼뜨다는 평이 있었다. 트렌드를 앞지르는 게 아니라 뒤따라간다는 것이다. MBC는 예능을 기획할 때, 큰 틀을 먼저 짜고 내부적인 요소들은 자유롭게 구성되는 형식을 좋아한다고 한다. SBS는 소규모로 일을 하고, 교양이나 다큐멘터리보단 예능에 더 큰 비중을 둔다. tvN은 KBS와 비슷한 업무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KBS가 예능을 기획하듯이 처음부터 한 올 한 올 기획한다. 반면 JTBC는 MBC와 비슷한 업무 환경으로 큰 틀이 우선시된다. 


나에게 동기부여를 주는 책

이렇게 실제 방송국에서 근무하는 PD들의 생생한 수기를 읽어보니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며칠 전 나태에 빠진 건지 권태에 빠진 건지 모르겠다며 징징거리는 글을 썼었는데, 《예능 PD와의 대화》를 읽고 나니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됐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떤 방송국에 입사하고 싶은지, 방향성도 생겼다. 


다만 이 책이 살짝 아쉬운 점은, 인터뷰가 언론계 배테랑끼리 이루어지다 보니, 생소한 방송 용어에 대한 해석이 부족했다. 읽는데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몇 있었는데, 조금이라도 해석을 각주로 달아줬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자신이 예능 PD가 되고 싶은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는 사람. 생생한 현장을 글로 느끼고 싶은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동기부여가 필요한 사람에겐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머리맡에 놓고 힘들 때마다 들춰보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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