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푸른 글방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

by 타자 치는 snoopy

예전엔 동네마다 동네 서점이 있었다. 요즘은 천연기념물보다 귀한 게 동네 서점이다. ‘PAPER 십만원 문화상’ 선정 좌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제로 웨이스트 카페 ‘곁愛(곁애)’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 이른 시간에 대방역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며 ‘곁애’로 가다 보니, 골목 어귀에 책방 하나가 솟대처럼 서 있다. 시간도 남고해서 반가운 마음에 무작정 ‘늘 푸른 글방(이름도 어쩜 이리 예쁠까)’에 들어갔다. 선하게 생긴 사장님이 베스트셀러를 모아 놓은 매대를 가리키며 어떤 책을 찾냐고 물어보시길래 노석미 작가의 <매우 초록>이 있냐고 여쭈었다. 무슨 초록이오? 되돌아온 답변에 웃음이 터졌다. 그림책입니다, 했더니 애들 그림책인가요? 물음표가 다시 돌아왔다. 어른 그림책입니다, 답하며 웃다가 주호 씨(PAPER 막내 기자님)에게 며칠 전 추천받은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가 퍼뜩 생각났다. 제목을 말씀드렸더니, 아! 그 책 읽은 책인데... 제목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는데... 서가를 눈 추렴으로 뒤지시면서 줄줄줄 줄거리를 얘기하신다(아...! 사장님, 스포일러는 싫어요 ㅎㅎ). 그거 건축가들 얘기에요, 주인공이 유명한 건축사무소에 입사하는데 사무소에서 다 같이 어딘가로 놀러 가요... 내가 건넨 신용카드를 받아 결제를 하는 동안에도 사장님의 줄거리 스포일러는 계속됐다. 이 책 읽다 보면 반짝이던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요...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사장님께 물었다. 대답 없이 웃기만 하시길래 승낙의 의미로 알고 얼른 찍었다. 길이 잘 든 하얗고 두툼한 종이처럼 웃으셨다. 책과 영수증을 받아 들고 책방을 나서며 흘리듯 내가 말했다. 다시 반짝이면 되지요. 사장님의 답변이 내 뒤통수를 어루만졌다. 그게... 그렇게 될까? 허허허.



이 책이 내 기억에 흔적을 남겼던 이유는 58년생(그 유명한 58년 개띠! ㅋ) 작가가 출판사 편집자로 오랜 기간 일하다 2012년 50이 넘은 나이에 이 소설로 문단에 데뷔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지천명의 나이에 늦깎이로 돌아본 청춘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늘 푸른 글방’ 사장님은 마쓰이에 마사시의 글을 읽으며 젊음이 어떻게 반짝거린다 느끼셨을까? 궁금증을 책갈피에 끼워 넣고 책방을 나섰다. 이 소설의 원제는 ‘화산 기슭에서’라고 한다.



추천 고마워요, 주호 씨. 책 재밌게 읽을 것 같아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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