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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스러운' 영화 (4)

비카인드 리와인드

by 타자 치는 snoopy

타자 치는 스누피가 선별한 네 편의 'PAPER스러운' 영화 (4)

대체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한 찬가

<비카인드 리와인드(Be Kind Rewind)>

'비카인드 리와인드(처음으로 되감아 반납해주세요)'는 비디오 시대의 구호다. ‘잭 블랙’만으로도 벌써 반은 웃기고 들어가는데 이야기의 설정마저 안드로메다급이다. 감전을 당한 후 인간 자석이 된 제리(잭 블랙)는 친구 마이크가 일하는 비디오 가게에 놀러 갔다가 모든 비디오테이프의 영화를 지우는 사고를 친다. 이 사태를 수습하는 방법은 하나. 지워진 영화를 자신들이 직접 다시 찍는 것. 조잡한 장비에 허접한 기술로 만드는 가내수공업 영화가 얼마나 엉망일지 안 봐도 비디오지만, 열정만큼은 우주 최고다. 그런데 엉망진창 수제 홈비디오에 열광하는 팬들이 나타나면서 망해 가던 비디오 가게가 대박이 난다나? 뭐야, 이 영화?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 PAPER스럽잖아? 맨땅에 헤딩하듯 창간했던 <PAPER>는 열혈 독자들과 ‘구 독자 현 필진’으로 변신한 크리에이터들이 한 팀이 되어 세상에 없던 'PAPER 월드'를 만들어 왔다. 제리와 마이크의 비디오 영화가 세상 하나뿐이듯, PAPER다운 건 오직 PAPER뿐. 결핍은 창조의 원동력. 제약과 결핍이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을 만들고, 순수한 창작의 즐거움과 그것을 함께 즐기는 행복감은 대체 불가다. <비카인드 리와인드>와 <PAPER>는 관객(독자)과 함께 호흡하며 소통하는 생존전략까지 똑 닮았다. 같은 공간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 사라지지 않을 것처럼, 사각사각 페이지를 넘기며 종이 잡지를 읽는 기쁨 역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데 내 전재산과 손모가지를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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