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paper 봄호를 손에 쥐었다. 낯섦과 익숙함, 설렘과 안도, 산뜻함과 단출함이 교차하는 마음.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해일처럼 손끝에 전해졌다. 판형을 바꾸고 계간지로 새롭게 부활했던 2017년 봄호 이후 4년 만이다.
산뜻한 표지엔 노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었다. 장우철의 표지 사진은 몽롱하게 아름답다. 초점을 살짝 비켜선 청춘의 자화상은 완성을 향해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는 paper의 방향성처럼 베일에 싸여 있다. '비워야 산다'라는 표제는 열린 결말 같아 흥미롭다. 월간에서 격월간으로, 휴간에서 계간의 시간을 지나 PAPER가 다시 월간의 시간으로 역주행 하기를 바라는 신영배 팀장의 후기처럼, 오롯한 바람들이 종이 물성의 결정(結晶)에 담겨서인지 손맛이 묵직하다. '기분 탓인가?' 싶어서 paper 봄호를 저울에 올려 보니, 154쪽에 460g. 과월호보다 100g이 무겁다. 바뀐 종이 재질은 맞춤하게 잉크를 머금어 다채로운 농담과 색상을 뱉어내고, 가독성을 높여 새로워진 폰트는 눈에 시원하다. 사진과 여백이 늘었고 시선의 청량감이 한층 업그레이드되었다. 그렇다고 문자 텍스트가 허술해진 건 아니다. 글의 질량과 함량은 소문자 폰트로 리뉴얼 한 'paper'라는 제호(題號)처럼 한결 농축되고 단단해진 느낌이다. 두령님의 따뜻한 손글씨체 'PAPER' 제호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것과, 제호 'P'자 머리에 접두사처럼 붙어 있던 'with'를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은 몹시 아쉽지만...
'다시 봄이다. 오늘도 우리는 따로 또 같이 시간의 강을 건너고 있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매 순간 헤아리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삶의 악력을 견뎌내는 지금 이 순간이 바로 '화양연화'의 시간이라는 깨달음 아닐까? 그러니 살아 있으라, 이 세상 모든 생명이여.' 2017년 PAPER 혁신호에 처음 실렸던 내 원고(영화 <아무르> 리뷰)를 다시 꺼내 본다. paper가 전통과 혁신, 계승과 변화, 끌어안음과 밀어냄 사이에서 이 시대의 악력을 견뎌내며 오래도록 아름답게 생존하기를 기원해 본다. 외형의 혁신이 내용의 혁명으로 이어지기를. 무엇보다, 창간 당시의 치열하게 비린내 나던 야생의 DNA를 잊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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