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 <책보냥>
PAPER 2020년 가을호 특집 테마는 '책의 집'이었다. 뇌과학자 정재승의 소우주 같은 서재를 비롯해 방방곡곡 18개의 책의 집(독립서점)을 소개하는 특집이었다. '요즘 누가 오프라인 서점에 관심이나 있을까?' 싶었는데, 독자들 반응이 예상외로(?) 좋았다.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혹은 동네책방)을 소개하는 고정 꼭지를 만들자는 PAPER 편집부의 작당 모의(?)가 있었다. 운 좋게(아닌가? ㅋ) 내가 이 새로운 코너의 담당자가 되었다.
꼭지 이름은 '동네책방 탐방'. 소박한 라임이 예뻐서 마음에 들었다. 연재를 시작하게 됐을 때, 머릿속에서 팝콘이 터지듯 제일 먼저 떠오른 서점이 있었다. '이런 곳에 서점이 있을까?' 싶은 성북동 둔덕에 자리한 고양이 서점 <책보냥>. 초콜릿색 나무 대문을 열면 존 버닝햄의 그림책 <비밀 파티> 속에서 사람들 몰래 파티를 즐기던 고양이들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책보냥>은 고양이 ‘하동’이와 ‘하로’의 집이다. 인간 집사 김대영 작가가 더부살이(?)로 얹혀살고 있다. 나라별 특징을 고양이 캐릭터로 묘사한 백영욱 작가의 '고양이 세계지도', 한옥에서 온갖 작태를 벌이며 노는 고양이 세밀화 '묘락헌(猫樂軒)', <책보냥>만의 시그니처 아이템들(책보자기,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명함, 공드린 티백의 고양이 북마크, 장서인 등), 책방 주인의 추천 도서 목록 등을 코를 빠뜨리고 구경하느라 취재도 잊었다. 서점 구석구석 어디를 봐도 그림엽서처럼 예뻤지만, 예쁜 게 다가 아니었다. 서점 운영의 현실적 어려움 속에서도 서가에 베스트셀러만 진열하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책,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을 팔고 싶다는 원칙을 끝까지 지키고 싶다는 주인장의 결기가 단단했다. 동물책 전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에서 출간한 모든 컬렉션을 서가에 갖추고 있다는 자부심 역시 강렬하게 각인되었다. 고양이 두 녀석과의 묘연(猫緣)처럼, 김대영 작가가 고양이 서점 <책보냥>의 문을 열게 된 것은 인간이 가늠할 수 없는 기묘한 인연 때문이리라. 책을 읽지 않는 코로나 시대, '마음 진료소'를 꿈꾸며 엉겁결에(?) 오픈한 새내기 독립서점이 현실의 이중고를 이겨내고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지켜보는 일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할 것 같다. 마음을 다한 환대를 따뜻한 차 한 잔에 담아 건네며 취재에 응해주신 <책보냥> 집사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책보냥>을 '동네책방 탐방' 꼭지 1호 서점으로 소개하게 되어 즐거웠습니다. 살인적인 무더위와 녹록잖은 현실에 지치지 마시고, 하동 & 하로와 함께 건강하세요! 파이팅! (동네책방 탐방 1호 <책보냥> 편을 PAPER 여름호에서 만나 보세요. ^0^)
글과 사진 타자 치는 스누피 <@snoopy_typewriter>
유튜브 시대에도 글의 힘을 믿는 '책'맹과니. 책 읽고 영화 보고 글 쓰는 간서치가 되고 싶은 츤도쿠. 스누피 애호가. 닉네임 타자 치는 스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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