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생일을 맞은 사람

by 타자 치는 snoopy

SNS나 카톡에 접속하면 인친들 생일 알림이 뜬다. 보통은 스치듯 흘려보낸다. 친한 이들에게는 따로 기별이나 선물을 보내지만 대개는 실제로 얼굴 한 번 맞대 본 적 없어서, SNS 친구랍시고 이물 없이 생일을 축하하기도, 모른 척 그냥 지나치기도 애매한 거리의 관계가 많기 때문이다.


오늘도 알림이 하나 떴다. '오늘 생일을 맞은 사람'. 잊고 있던 이름 하나가 가슴에 사무쳤다. 페이스북에서 댓글 왕래만 했을 뿐 한 번 뵌 적도 없는 분인데, 갑작스러운 온라인 부고에 너무 놀라고 황망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2016년 9월 3일 올린 글을 마지막으로 그분의 타임라인은 멈춰 섰지만, 해마다 생일이 되면 그분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추모 글로 타임라인이 가득 차곤 했다. 나도 2017년 추석과 2019년 오늘 날짜에 '생면부지였던 당신의 따스함이 그립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계정의 주인은 내 글을 못 읽겠지만 누군가는 보고 잠시 그분을 기억할 거라 믿는다. 지금도 담벼락에 떠 있는 그분의 마지막 생활의 흔적, '참기름 바른 9호 닭 오븐구이 사진'을 보고 있자면 가슴 저린 웃음이 피식 나온다.


주인 잃은 페북 담벼락을 채운 방문객들의 글 내용은 한결같다. 비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이지만, 누군가 포스팅을 올리면 제일 먼저 달려와 '좋아요'를 눌러 주고, 뭔가를 물으면 득달같이 자료를 찾아 친절하게 알려주던 사람이었다는 기억. 찾는 이 없던 내 글에도 언제나 제일 먼저 '좋아요'를 눌러 주고 유머 넘치는 댓글을 달아 주던 그분. 가볍게 부유하는 온라인 관계 속에서 모두가 한목소리로 그분의 진심이 담긴 따스함을 그리워했다. SNS는 양날의 검과 같다.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괴물이 될 수도 있고, 친구나 가능성이 될 수도 있다. SNS는 때로 개인을 왜소하게 만드는 거대하고 복잡한 네트워크 시스템이고, 사람들은 종종 그 시스템에 중독되거나 휘둘리기도 하지만, 결국 그 도구를 이용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온라인 인연으로 시작해서 오프라인 친구가 된 인친들이 제법 많다. 블로그 글을 보고 내 결혼식에 하객으로 와 주신 '블로그 이웃 정모'의 감동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실친이 된 인친 중 여럿이 요즘 와병 중이라 마음이 어수선하다. 나이나 배경을 떠나 그저 친구가 된 이들의 '외로운 싸움'을 지켜보면서, 나도 '오늘 생일을 맞은 사람'처럼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따뜻한 마음을 나눈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승의 개똥밭에 굴렀다면 쉰여섯이 됐을 페친의 생일. 오랜만에 비 소식이 들렸다. 죽어도 끝날 것 같지 않던 불지옥 더위가 한풀 꺾였다. 습기를 가득 머금었지만 더운 바람이 분다. 인간의 지혜는 여전히 왜소하고 절기의 이치는 언제나 경이롭다. 누군가 재치 있게 일러 준 말처럼, '온(ON)라인은 때로 온(溫)라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기로 한다. 때가 되면 이 미친 더위도 끝나고 찬바람이 불 것이라는 자연의 섭리를 믿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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