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이국 땅에서 서로를 모르던 이들이
1950년대에 쓰고 주고받은 편지글 타래를
1990년에 번역한 책으로
2023년 벽두에 읽는다.
저 글들은 어쩌다 내 누추한 삶에까지 흘러들어왔을까.
80여 년 전에 그들이 편지글로 나눈 경애와 우정이
지중해 햇살만큼 반짝거린다.
시간이 더해져 빛바랜 누런 갱지 느낌과
어느 인쇄소에서 돋보기 낀 인쇄공들이
활판에 식자(植字) 했을 활자의 질감과 모양새까지가
한 자 한 자 마음에 와 박힌다.
출판사 사장님이 '앎의 목마름'에 미쳐서
번 돈을 모두 쏟아부어 만들었다는 쟝 그르니에 전집.
18번 <편지>가 이가 빠져 없다는 내 피드를 보고
마음 따뜻한 이가 구해 보내준 것을
지금, 고요한 소용돌이 속에서 이렇게 읽고 있다.
그 멋진 분이 코로나에 걸려 고생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먹고사는 일의 오랜 스트레스가
몸의 밸런스를 무너뜨린 모양인데
할 수만 있다면 <편지> 속 쟝 그르니에가 누렸을
지중해의 날씨를 선물하고 싶다.
그분의 빠른 쾌유를 빌며
쟝 그르니에와 조르쥬 뻬로스가 치열하게 살아 낸
1967년 1월 어느 날의 작은 역사를 읽는다.
토요일 아침의 행복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이참에 푹 쉬면서
자기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신 후에
얼른, 툭툭 털고 일어나시길.
#편지1 #쟝그르니에 #조르쥬뻬로스 #청하 #1991년1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