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디즈니의 세계관
1. 조조로 <겨울왕국> 2 보고 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극장에 수많은 검은 머리 엘사 공주들이... 와아! ㅎㅎㅎ
2.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들은 콧대가 없고 코끝이 봉긋 솟았으며 눈이 얼굴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음).
3. <겨울왕국>은 '확실히' 뮤지컬 영화다. 1편의 울트라 메가 히트곡 '렛 잇 고' 같은 큰 것 한 방은 없었지만, 2편엔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 뮤직비디오를 패러디 한 크리스토프의 솔로 파트가 있다. '흠칫'한 관객도 있겠지만 나는 '렛 잇 고'의 강박을 의식한 '벌떼 작전(다량의 뮤지컬 넘버 투입'보다 크리스토프와 순록들의 콜라보 무대가 더 좋았다.
4. 1편에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엘사(이디나 멘젤)와 안나(크리스틴 벨) 노래 정말 잘한다. <겨울왕국> 성공의 주요한 키워드.
5. 미스터리 방식의 이야기 구조를 다시 들고 나온 것도 멋진 한 수. 미스터리 장르는 장기 집중력에 약한 어린 관객들이 이야기에 계속 몰입하게 하고 흥미 유발을 지속시키는데 효과적인 드라마트루기 기법.
6. 1편이 '올라프'라는 스타 캐릭터를 탄생시켰다면 2편의 캐릭터는 '스벤(중고 신인의 재발견)'과 불의 정령 '브루니'. 탈무드의 전설 속 '살라맨더' 캐릭터를 모티프로 했다고 하는데 도롱뇽보다는 '찡쪽'에 가까운 듯.
7. 그러고 보니 '올라프'는 <토이 스토리 4>의 DIY 캐릭터(기성품 대신 자신이 직접 창조한 캐릭터) '포키'의 원조쯤 되시겠다. 못났고 (어른 눈에는) 괴상하지만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이 만들어 냈을 법한 비정형 캐릭터의 매력으로 꼬마 팬들을 사로잡는다. 재밌는 것은 그 캐릭터가 등장인물들이 새롭게 창조한 것이라는 것. '울라프'는 엘사와 안나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캐릭터의 캐릭터이고, '포키'는 유치원 소녀 '보니'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장난감이다.
8. 소란스럽던 극장이 영화 시작과 함께 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초롱한 눈망울의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순식간에 화면 속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 뽀로로를 보는 꼬맹이들의 집중력. 팝콘 씹는 소리나 어둠 속 핸드폰 불빛, 무례한 통화음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나란 어른이 보고 배워야 할 아이들의 집중력. 무엇엔가 푹 빠지면 옆에서 지구가 멸망해도 모른다. 그게 진짜 덕후다. 세상 모든 아이들에겐 덕후의 자질이 내재돼 있다. 나이 먹으며 그 귀한 능력을 잃어가는 것일 뿐.
9. 2편은 1편보다 줄거리가 복잡하다. 캐릭터 및 등장인물도 다양해졌고. 아이들에겐 조금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 오히려 어른들이 좋아할 요소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가? 극장에는 아이들 손에 끌려 나온 엄마(이럴 땐 딸의 친구 역)들 말고도 중고딩 여자아이들과 어린 남자 꼬마도 제법 많다. 이렇게 다양한 연령층에게 사랑받는 영화가 얼마나 있을까?
10. 1편이 '자아 찾기', '여성의 주체성', '다름과 차별에 대한 엘사의 각성'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2편은 '변화', '성장', '환경',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와 상생'에 대한 이야기다. 영리하다, 디즈니. 한국 막장 드라마에 클리셰로 밥 먹듯 등장하는 '혈통'과 '출생의 비밀'을 '자연(엘사)'과 '인간(안나)'의 화합과 합일의 이야기로 변주하다니.
11. 제작 단계부터 치밀하게 작업했을 중첩된 이야기의 농도도 훌륭하지만, 그래픽 이미지의 완성도를 보면 그저 입이 쩍. 댐이 무너지고 계곡을 덮치며 쏟아져 내려오는 물살의 이미지는 장관이었고(<샤이닝>의 쏟아져 나오는 핏물 시퀀스가 연상된 건 나뿐인가? ㅋ) 물의 정령인 말을 타고 달리는 엘사의 이미지는 정말... 와... ! 이런 건 정말 한국 애니메이션 입장에선 넘사벽.
12. <겨울왕국>에 열광하는 키덜트의 팬덤(대표적 사례 : 조영주 작가! ㅋㅋㅋ)을 보며 깨달은 것. 현대 사회엔 미성숙한 어른(혹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존재)이 제법 많다는 것. 물론 나도 그들 중 하나. 덕분에 나는 <겨울왕국> 2를 몹시 재밌게 봄. 마누라는 1보다 재미없다고 투덜투덜. <겨울왕국>은 좀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인사이드 아웃>이나 <토이 스토리> 3는 확실히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by 타자 치는 스누피
#겨울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