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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디이 Nov 02. 2023

야탸족, 미국 깡시골에서 차 없이 생존한 비결

미국 시골 생활 희망편 (1)

"Do you need a ride?" 미국 시골 동네에서 뚜벅이로 생활할 때 정말 많이 들었던 말이다. 큰 친분이 없어도 먼저 물어보고 차로 태워다 주었던 많은 사람들, 그 고맙고도 어색한 순간들. 미국 시골도 인심이 있다.


뉴 잉글랜드 시골 생활을 마칠 때까지, 나는 온전한 뚜벅이었다.


    얼른 공부를 마치고 이 촌구석을 떠버릴 것이라는 확고한 의지로, 차를 사지 않고 버텼다. 학교와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에 아파트를 렌트했다. 작은 시골 마을이어서 그랬는지 일반 시내버스가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인 점을 적극 활용했다. 돈을 내지 않고 버스를 탈 수 있는 건 짠순이 모드인 유학생에겐 시골살이의 유일한 장점이었다 (시외버스는 당연히 유료). 장을 볼 때는 우버, 그리고 마켓 배달 서비스 앱인 인스타 카트 (Insta Cart)가 나의 구세주였다.


내가 살던 시골엔 주변에 아무것도 없어서 버스를 탈 때마다 쓸쓸한 기분이 들긴 했다


집과 학교를 오가던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는 크게 불편함이 없었다. 문제는 대부분 어떤 이벤트가 열릴 때였다. 과 행사에 참여해야 하거나 주변 사람들이 집으로 초대했을 때, 대중교통으론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 초대를 거절해야 하나 할 때도 많았는데, 하도 시골이다 보니 차가 있는 사람과 함께 이동하는 라이드 셰어 (Ride share), 카풀 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다. 




누군가 차가 없어서 어딜 가지 못한다면, 친분과 상관없이 챙겨준다.


미국 시골의 라이드 셰어 문화


    먼저 학교에 처음 인터뷰를 보러 왔을 때도 재학 중인 대학원생들이 역할 분담을 해서 숙소에서 학교 사이를 라이드를 해주었다. 같은 차를 타고 가며, 사이사이 대화도 하고 친해지기도 했다. 나중에 우리 과의 대학원 입학 과정 준비를 위한 학생 위원장을 한 적 있었는데, 과의 분위기 자체가 라이드가 필요하다면 먼저 나서서 도와주는 분위기였다.


차로 40분인, 불빛과 인도도 없는 시골길을 밤에 혼자 걷는 건 그야말로 오싹한 일이다

직접 걷던 시골길은 왜 그렇게 멀고 외롭게 느껴지는지… 내가 살던 동네는 배달 앱도 거의 되지 않는 수준의 시골이었다. 평소에도 앱을 켜 보면, 돌아다니는 우버의 수를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 다운타운을 제외하면 길에는 버스나 차만 다니고 걸어 다니는 사람이 드물었다. 밤엔 사람이 지나다니면 오히려 반가울 정도였다.

가로등이 하나라 불빛이 없는 길이 많아 밤엔 어두워서 걷기 어려웠다

간혹 학과장님 댁에서의 홈파티나 더 외진 장소를 갈 때면 버스 노선이 없거나 우버로는 너무 비싼 경우가 많았다. 어찌 저찌 갈 수는 있어도 돌아오는 우버를 잡는 것이 불가능했다.


당시 대학원에서 장학금을 받고 일하는 학생 조교였기 때문에, 나에게 학교는 직장이기도 했다. 학과 행사 참석이 의무적인 부분이 있어 난감할 때가 있었다. 이럴 때, 학과에 있는 몇 안 되는 친구들이 먼저 라이드를 제안해 주었다. 그렇게 챙겨주는 동료들 덕분에, 어려운 타지 생활이지만 꾸역꾸역 학교 행사에 참여하고 소속감을 느끼려 노력할 수 있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 요즘은 숏폼에서도 미국 고등학생들이 형제자매 혹은 친구들과 학교 갈 때 라이드를 해주는 장면이 자주 보인다. 그만큼 도시에 살지 않는 미국 사람들에게는 라이드 셰어가 일상이다.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미국은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차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다.

미국의 도시 근교나 시골에서는 차를 운전해서 다니는 게 보편적이다. 큰 도시의 경우에는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사회적 취약 계층인 경우가 많다. 홈리스들이 많은 L.A. 에서는 안전을 위해서 안전한 동네 근처 혹은 낮시간에만 버스를 타라고 하기도 한다. 뉴욕에서도 지하철은 정말 많이 타고 다니지만, 버스를 타면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이런 곳에 버스가 다닐 리가 없다. 눈이 잔뜩 쌓이는 동부의 시골이라면 차 없이 생활이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 시골에서의 라이드 셰어는 어쩌면 생존과 직결된 삶의 해결 방식일 것이다.


트렌디한 산업과 기술의 선두주자인 미국이지만,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생각보다 아날로그적인 삶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 넓은 땅 덩어리에, 놀랍게도 대중교통이 아예 없는 지역도 많다. 예를 들어, 캐나다와 가까운 미국의 동부 버몬트를 가보면, 정말 차만 다니고 인도는 아예 없고 버스가 없다. 즉, 차가 없으면 마을을 벗어날 수가 없다. 저기에서 차가 없으면 정말 어떻게 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1시간 넘게 가야 하는 병원이나 마켓은? 이렇게 차가 필수템인 지역이 많다 보니, 미국에선 어린 나이부터 차 운전하는 법을 가르친다. 미국의 운전 가능 연령은 주에 따라 만 14-16세이며, 운전면허증은 16살부터 발급받을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문화적 이유 때문에 차가 있으면 서로서로 도와주려고 하는 라이드 셰어 문화가 발달했을 것이다. 




    연구실 동료와 초반에 수업 스케줄이 비슷하고 아파트 옆동에 살고 있어 함께 퇴근할 때가 많았다. 나는 아예 한 달 치 기름값을 지불할 용의가 있었지만, 오히려 부담스러워했다. 주유소에 갔을 때 내 카드를 한 번만 받고는 그 뒤엔 더 이상 받으려 하지 않았다. 본인의 호의를 돈으로 갚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듯했다. 그래서 학교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사준다거나 평소에 그 친구의 다른 소소한 부탁을 들어주면서 나름의 고마움을 표시했다.


누가 라이드를 해주면 몸은 편하더라도, 마음의 짐이 생겨서 내 성향에 맞지 않았다.


이렇게 도와주는 사람들이 무척 고맙기는 했지만, 바쁜 유학 생활에서 라이드 때문에 내 스케줄을 상대방에게 무조건 맞춰야 한다는 사실에 내 마음 역시 불편했다. 어떤 분석을 끝내야 하는데, 친구가 언제 학교를 떠날지 신경 쓰는 것도 일이었다. 파티에 갔다가 나는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라이드 때문에 눈치가 보이기도 했다. 어떤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보다는 내 생활에서 통제감을 느끼는 것이 나에게는 더 소중했다. 그래서 공식적인 행사나 정말 필요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아예 라이드 부탁을 하지 않게 되었다.


보스턴까지 가져갔다가 도둑맞았던 내 소중한 자전거

그래서 나중엔 학교 출퇴근용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는데 걷는 것보다 빠르고 좋았다. 불편함도 있었다. 밤에는 길에 불빛이 너무 없어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크게 넘어져 다치기도 했다. 큰 길가에선 자전거 도로 없이 씽씽 달리는 차랑 같이 달리는 게 무서워서 근처에서만 타고 다녔다. 그래도 시골에서 자전거는 소중한 나의 탈 것이 되어주었다.




도시와 도시 사이의 연결점


    뉴욕에 온 뒤에는 누군가에게 라이드를 부탁할 일이 없어져서 심적으로는 오히려 너무 편했다. 비로소 이동이 자유로웠다. 서울에서부터 항상 애용하던 Bus/Metro/Walking이 가능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우버와 리프트 옵션도 넘쳐났다. 한국과 달리 흥미로운 부분은 미국엔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라이드 셰어 문화가 있다는 점이다.


주에서 인증한 카풀 할인


    우선, 뉴저지에서 뉴욕을 나갈 때 이용할 수 있는 라이드 셰어가 있었다.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넘어가는 다리인 조지 워싱턴 브리지를 차로 건널 때는 무조건 17불 (한 화 2만 원 정도) 통행료를 내야 한다. E-Zpass를 쓰면 피크 시간이냐에 따라서 $12.75 혹은 $14.75를 내야 하는데, 매일 뉴욕으로 출퇴근을 하는 경우 이 가격이 만만치 않다.



한 달에 400불가량 (약 50만 원)을 톨비로 지불하는 것이니 출혈이 어마어마하다.

대신 차에 3인 이상이 탑승한 경우 카풀 할인으로 통행료를 6.5불이나 할인해 줬다. 하지만, 2022년 작년 여름에 통행료 징수 방식을 Cashless로 바꾸며 카풀 라인은 완전히 사라졌다.


다리를 건너가기 전에, 어떤 사람들은 버스 정류장에서 카풀 인원을 모으기도 했다. 보행자는 무료로 다리를 빠르게 건너가서 좋고 (버스 스케줄이 지맘대로이다), 차주는 통행료를 할인받기 때문에 모두에게 이득인 제도였다. 나도 한두 번 정도 이용한 적이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와 넷플릭스의 범죄 다큐멘터리들을 즐겨 보던 때였다. 평소 미국의 시스템을 믿지 않는 나는 뒷좌석에 앉아서 엉뚱하고 기괴한 상상이 덧붙여진 걱정을 하곤 했다.

혹시 카풀을 해주는 운전사의 뒤에서 누가 목을 조르고 돈을 훔쳐가면 어떡하지?


아무리 할인을 해준다고 해도 모르는 사람을 길에서 태우는 건 좀 위험한 거 같은데? 미국엔 CCTV도 거의 없어서 누가 탄 사람을 납치해 버려도 못 찾을 거 같은데라며 걱정했다. 어떨 땐 이렇게 미국의 생활 안전망이 허술한 데도 생각보다 별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신기하기까지 하다.



학생들의 라이드 셰어 그룹


    다른 예시로는, 페이스북 그룹에 라이드셰어 그룹이라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모임이 있다. 내가 공부하던 시골에서 보스턴을 방문할 때 자주 애용했다. 도시 근교의 지역과 도시를 오가는 학생들이 많을 경우에 생기는 라이드 셰어 문화인 듯하다.

왼) 택시 기사처럼 라이드셰어를 파트타임잡으로 하는 사람들이 이런 글을 올리기도 한다 오) 보스턴 라이드셰어 그룹

누군가가 "Looking for someone driving to New York from Boston on 22nd of November" 이런 식으로 본인이 원하는 출발지, 도착지와 날짜, 시간 등과 함께 라이드를 해줄 사람을 구한다. 반대로, 본인 차의 가스비를 벌려고 같이 탈 사람을 구하는 경우도 많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미리 약속을 하면 집 앞으로 픽업을 와주고, 목적지에 최대한 가깝게 내려준다.


이런 라이드셰어의 이점은 빠르고 저렴하며 편하다는 것에 있다. 2시간 거리를 일반적으로 10-20불 정도에 갈 수 있어서 아주 편했다.


미국의 시외버스는 한국보다 상당히 열악하거나 깨끗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등버스 같은 건 없다. 차로 2시간 거리가 버스로는 5시간 넘게도 걸린다. 그런데 저렴하지도 않다. 지나치게 저렴한 경우엔 정말 관리가 안된 버스일 가능성이 크다.


프로필이 학생인 듯한 운전자의 라이드 셰어를 주로 이용했다.

물론, 전혀 모르는 사람의 차를 타는 것이기 때문에 불편할 수는 있다. 안전의 문제도 있을 수 있으니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도, 내가 살았던 시골은 인구가 많은 곳은 아니었고 대부분 학생들이 본인의 부모님 댁이나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라이드 셰어를 하는 경우라 위험한 적은 없었다. 

보스턴으로 가는 라이드 셰어에서 먼저 타고 있었던 동행견, 너무 귀여웠지만 항상 차 위에서 같이 생활하는 것일까 걱정도 되었다.



호의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도시엔 라이드 셰어 문화가 없다


    시골에 있는 유학생들끼리는 서로 돕고 사는 편이고 라이드 셰어 문화 덕분에 고마운 일도 많았다. 반면, 도시에는 라이드 셰어 문화를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다. 도시에서는 다양한 교통수단 옵션이 있으니 오히려 라이드 셰어가 주는 이점도 줄어들고 사실 서울처럼 차가 필수는 아니다. 개인적으론 남에게 라이드를 부탁하기보단 그냥 안 가고 안 하고 말지라는 입장이다.


반면, 도시의 어떤 사람들은 본인의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차가 있는 지인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인지, 뉴욕에서는 오히려 차가 있는 것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경우가 꽤 많았다. 친해지면 차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갑자기 라이드를 해준다고 하기도 한다. 뉴욕은 파킹비용이 워낙 비싸다 보니, 대부분이 출퇴근할 때 대중교통이나 셔틀을 이용한다. 어디에 나갈 때나 꼭 필요한 경우에만 차를 이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교민 사회에서는 라이드를 해주다가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는 일화들도 꽤 있다. 몇몇 매너 없는 사람들의 행동으로 미국에서는 차가 없는 사람들과는 관계 맺기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사는 동네가 같은 직장인이나 친구가 있다고 해도 항상 픽업하고 데려다줘야 하는 것이 당연히 의무는 아니다. 시간과 노력을 꽤나 써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의 시골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또한 주변인을 챙기려고 하는 작은 시골 마을의 문화가 어색했지만, 여전히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미국 시골에 한국인들의 정은 없지만, 도움이 필요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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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당신만 모르는 미국의 문화 노트


미국의 라이드셰어란?

   일반적으로는 서로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 목적지가 같을 때 차를 태워주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과 다르게, 라이드 셰어 그룹과 같이 전혀 모르는 남이 모는 차를 돈을 내고 함께 타는 경우도 꽤 일반적이다. 80년대 한국 택시의 장거리 합석과 유사하다. 길가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갑자기 차를 태워달라 부탁하는 히치하이킹과는 전혀 다르다 (미국에서도 히치하이킹하는 걸 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도시가 아니더라도 미국의 카풀문화를 악용해서는 안된다. 선의에 대한 매너는 지켜야 한다. 목적지도 다른데 라이드를 일방적으로 계속 부탁한다거나 심지어 물건 픽업을 부탁하는 등 상대의 호의를 당연시 여기는 예를 종종 마주친다. 차가 있는 사람이 먼저 제안을 하지 않는 이상, 부탁을 하는 경우도 드물다는 걸 기억하는 게 좋다. 한두 번이야 도와주려고 하겠지만, 그다음부터는 아마 멀리할 가능성이 크다.


도시에선 지하철을 타든 우버를 타든 각자도생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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