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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Feb 03. 2019

우간다에서 갑자기 분위기 CGV

우간다 편견 타파 프로젝트1

우간다에 와서 가장 실망스러웠던 것 중 하나가 나일강이었다. 나일강 발원지는 아프리카 본연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가본 Source of the Nile은 양수리 두물머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제야 나는 아직도 이곳에 내가 기대하는 이미지를 투영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일강에서는 당연히 아직도 원시 부족이 나뭇가지 스노클링으로 낚시를 하고, 뗏목을 타며 강 건너편을 오가길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나일강에 대한 실망감은 이내 내 고정관념에 대한 반성으로 이어졌다. 우간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는 이래야만 한다는, 살기 어렵고 힘들며 원시적일 것이라는 고착된 이미지. 그것에 균열을 가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이 땅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

올해 개봉할 마블 시리즈는 모두 이곳에서 볼 예정이다(2019.02.03)

이러한 거창한 서두를 꺼낸 이유는 내 영화관 방문기를 이야기하기 위함이다. 철저히 앞서 언급한 사명만을 제1 목적으로 지닌 채 우간다 영화관을 향했다. 우간다 영화관에서도 가장 미국 냄새가 나는 영화인 '아쿠아맨'을 선택했다. 상영 중인 영화에 아쉽게 메이드 인 우간다는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스크린쿼터가 확보되어 있지도 않은 상태라 자국의 영화 산업이 발전하기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아 보였다. 


아쿠아맨은 3D 영화로만 상영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3D 안경을 무료로 제공하지 않았다. 결국 3D 안경을 8000실링(한화 약 2500원)에 구매하고 영화관에 입장했다. 영화는 22000실링(한화 약 7000원)이었는데, 우리나라 영화관과 비교하면 3000원 정도 저렴했다. 

3D 안경 착샷. 선글라스로 써도 손색이 없을 만큼 한껏 멋들어진 스타일. 촬영협조 Y 단원(2019.02.03)

우간다 영화관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는 티켓이었다. 분명 아쿠아맨 티켓을 끊었는데 내 티켓에는 메리 포핀스(Merry Poppins)라고 적혀 있었다. 아직 완전히 우간다 사람이 되지 못했다면 다시 박스오피스로 내려가 발권이 잘못되었다고 따졌겠지만, 나는 이미 우간다 사람으로 적응이 된 터라 그대로 상영관 플로어에 올라갔다. 내 메리포핀스 티켓을 받은 안내직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쿠아맨이 상영될 관으로 안내해주었다. This is Uganda.

메리 포핀스 리턴즈도 아쿠아맨으로 찰떡같이 알아듣는 이곳은 우간다(2019.02.03)

상영관으로 들어가니 이곳은 흡사 CGV였다. 보통 일요일 점심시간이라면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좌석이 차겠지만 이곳은 한산했다. 우리나라 상영관과 또 다른 점이라면 출구와 입구가 하나로 통일되어있고 음료수 거치대가 생각보다 낮게 위치해 있다는 점이 전부였다. 그리고 아쿠아맨 영화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자막이 없어도 심지어 음소거를 해도 눈만 있으면 이해가 되는 좋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명동 CGV라고 해도 믿을 캄팔라 아카시아몰 Century Cinemax(2019.02.03)

우간다에서도 좋은 영화관이 있고 그곳에서 최신 영화를 상영한다. 카라멜 팝콘을 판매하며 3D 영화도 상영한다.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정전되지도 않을뿐더러, 영화 시작 전에 일어나 국기에 대한 경례나 애국가를 부르는 일도 없다. 그러니 우간다에서 영화 못 봐서 어떡하냐는 걱정은 잠시 접어둬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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