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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널드 Feb 22. 2019

제가 일하는 우간다 학교를 소개합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최소 우간다식 화개장터

다른 글들과는 다르게 이 글은 부끄럽지만 제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대놓고 보여드리는 글이라, 친근한 문체로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제가 파견된 기관은 우간다 진자에 위치한 PMM Girls' School입니다. 저는 체육교사로 파견되어 있고, 1년 동안(사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이곳을 위해, 더 나아가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내부 시설은 다소 아쉽지만 운동장과 외관은 매우 좋은 우리 학교(2019.01)

이 학교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여학생들만 다니는 학교입니다. 650명 정도 있는, 우간다 기준으로는 굉장히 적은 학생들이 다니고 있지만 시설은 굉장히 좋은 편에 속하는 학교입니다. 우간다 학제는 영국과 같아서 크게 Primary와 Secondary로 나뉩니다. 그러니 제가 있는 PMM은 우리나라로 치면 중·고등학교 정도가 되겠네요. 


보통 코이카 단원들이 학교로 파견되는 경우, 정규 수업이 아닌 Extracurricular 수업을 요청받기 마련인데, PMM은 제게 정규 체육 수업을 요청했던지라, 기관에 파견된 지 불과 3일 만에 바로 첫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일단 저는 첫 수업을 앞두고 세 가지 난관에 봉착했습니다.


1. 체육 수업의 기회 부재

Secondary school은 S1부터 S6,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중1부터 고3까지 함께 있는데, 체육 수업이 있는 학년은 S1과 S2에 불과했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 4개 학년은 제대로 뛰어놀 수 있는 시간 자체가 거의 없이, 입시에 매달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우간다도 나름의 스카이캐슬급 입시 전쟁을 치러야 하는, 교육열이 굉장히 높은 곳이라는 걸 말씀드리지 않는다면 다소 의아할 수도 있겠네요. 지난해 PMM 학생들의 성적이 좋지 못해 긴급회의가 열리기도 했습니다. 신문에서는 지독하리만큼 학생 성적으로 학교를 서열화해 순위를 공개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제가 체육 수업을 들어가는 학년 역시 당연하게도 S1과 S2만으로 제한되는 것이죠.

한 반에 보통 50~60명 정도입니다. 우간다 기준으론 적은 편입니다. 교사 한 명이 학생 100명을 맡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2019.02.21)


2. 교구의 부재

컴퓨터실도 갖춰졌고 제법 인프라가 있는 학교임에도, 유독 체육 교구들이 매우 낡아서 거의 사용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심지어 제겐 다소 생소한 운동이 많았습니다. 우간다는 영국 식민지배를 받았던 탓에 영국이 즐기는 스포츠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잠깐 있으면서 제 스포츠 인생을 되돌아봤고, 저는 미제 앞잡이들이 즐기는 스포츠만을 주로 해왔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Common wealth' 구성원들이 즐기는 크리켓, 럭비 등을 가르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크리켓은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인턴기자로 근무할 때 취재했던 인연이 전부고, 럭비는 전공 수업으로 한 학기 들은 것이 전부입니다). 물론 애초에 저 종목 장비조차 많이 낡아 있었고요.

사실상 쓰기 어려운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2019.02.21)
단칸방 같이 아늑한 체육실. 이곳을 채워 넣는 일 역시 제 업이 되겠네요(2019.02.21)


3. '수업이라는 느낌'의 부재

진자 지역은 부소가 지역으로 루소가(부소가 지역에서 쓰이는 언어)를 쓰는데, 루소가로 체육은 'ebyemizano'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體育, 그러니까 몸을 기른다는 의미가 아닌, 단순히 'game'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체육이라는 단어에 기본적으로 '교육'이라는 의미가 함양된 우리나라 말과는 달랐고, Physical Education을 정확하게 지칭하는 단어는 없습니다. 언어가 사고와 인식을 좌우하는 만큼, 체육에 대한 인식 자체가 놀이에 머무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러니 위에서도 체육을 정규 교과로 편성시키려는 별다른 노력이 없었겠죠. 우간다에서 체육은 교과서나 교육과정 자체가 부재합니다. 처음 제가 왔을 때, 제 코워커는 "네가 하고 싶은 모든 걸 할 수 있다"라고 말했거든요.



세 가지 문제를 지적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뭔가를 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대체로 순진하리만큼 낙관적이라 희망적인 부분이 더 크게 보였습니다. 


우리나라 학교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운동장이 넓습니다. 비록 평탄화(전문용어로 나라시)되어 있진 않지만 너른 잔디가 학교 부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또 학생들이 체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합니다. 굴러가는 낙엽만 봐도 좋아하는 나이라 그런지, 체육시간에 원을 만들어 손잡고 걷기만 해도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습니다.

축구 시작하면 다소 수줍어지는 편인 학생들. 저 나무는 높이뛰기 폴이 아닌 축구 골대(2019.02.21)

뭔가 청춘 성장드라마 같은 느낌의 이곳 학생들에게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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