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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드김 May 16. 2019

인보사(Invossa), 왜?


Copyright Kolon Tissuegene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간밤에 세상에 별 일은 없었는지, 혹시 좋은 일(?)은 없는지를 궁금해 하며 습관적으로 녹색창과 하얀창에서 '핫'한 뉴스를 확인한다.



지난 3월 말, 메인창에서 스크롤을 열심히 하다가 페이지의 중간쯤 '인보사 사태'라는 글을 확인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인보사'라길래 절(Buddhist temple)에서 무슨 비리같은게 터졌나 생각하며 클릭을 했다. 놀랍게도(?) '절'이 아닌 '인보사(Invossa)'라는 관절염 치료제에 대한 기사였다.


기사를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연골세포(chondrocytes)가 사용되어야 하는 부분에서 신장세포(kidney cells)가 사용되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 일이?




게다가 이미 한국에서는 '판매허가'를 받아서 3800명의 환자들이 투여받았다니.. (참고: http://www.newsprime.co.kr/news/article/?no=455271)



심지어.. 코오롱생명과학의 미국 자회사인 Kolon Tissuegene 에서는 이 사실을 2017년 3월에 인지했으며, 코오롱생명과학의 경우 지난 2월에 인지했다고 한다. (http://www.kfdn.co.kr/41532; 놀랍게도 이 내용은 정말 충격적이며 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검색창에서 '인보사'만을 검색했을 때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상세검색을 해야 나온다. 이게 말이 되나? 답답하다.. 정말 답답해...)





당연히 이 사건이 큰 스캔들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인보사에 대한 기사는 내 예상보다 훨~~~씬 적게 올라왔다.


아니, 거의 안올라왔다.


검색창에서 '인보사'를 입력해야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을 수 있었을까? (인보사는 2017년에 허가를 받았다.)



인보사가 '세계 최초의 세포유전자 치료제'라는 타이틀을 달 수도 있는 상황 이었던 만큼, 다른 어떤 의약품보다도 더 강도높게 허가절차를 밟았어야 했을텐데..

  

이 '세포유전자 치료제'라는게 의약품개발자들을 제외하고는 원리+제조과정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 식약처에서 이런 말도 안돼는 '실수'가 발생한 것일까?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궁금했다.


몇몇 기사를 찾아서 보았는데, 인보사의 원리 등이 애매모호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인보사 관련 논문을 직접 읽고 확인해보기로 했다.




먼저, 세포유전자 치료제 (cell mediated gene therapy)가 뭐길래? 


쉽게 표현하자면, 세포유전자 치료제는 우리 몸에서 고장이 난 부분을 수리하기 위해 수리에 필요한 벽돌(단백질)을 만드는데 필요한 원료(유전자)를 택배박스(세포)에 넣어서 고장이 난 부분에 직접 배송을 해주는 것을 뜻한다. 음.. 복잡한가?




Copyright 식품의약품안전처



인보사의 경우, 1액 (연골세포)와 2액 (유전자도입 연골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2액의 연골세포에서 만들어진 어떤 성분(TGF-β1)이 1액의 연골세포가 환자의 연골조직에 잘 안착되고, 연골의 재생에 도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역시 여전히.. 복잡한가?)



여기에서 인보사가 문제가 된 이유는, 2액에서 '연골세포'대신 '신장세포(GP2-293)'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GP2-293은 이 신장세포가 부여받은 이름이다. GP2-293은 HEK293이라는 신장세포가 레트로바이러스의 껍데기를 만드는데 필요한 gag와 pol이라는 재료를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변형된 세포이다.



연골세포 대신 신장세포라.. 뭔가 이상하긴 한데...

이게 왜 문제가 될까?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자면..



인보사에서 핵심이 되는 부분 중 하나가 연골조직(cartilage tissue)을 재생하는데 효과가 좋다고 알려진 성장인자(growth factor)인 TGF-β1을 2액의 연골세포에 도입하는 것이다. 


연골세포로의 안정적인 TGF-β1 유전자의 도입을 위해서 레트로바이러스를 사용하게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우선 레트로 바이러스 유전자안에 사람의 TGF-β1 유전자를 집어넣어야 한다. 


이 때, 인보사의 경우, GP2-293이라는 신장세포를 사용했다. 이 후, 신장세포에서 TGF-β1 유전자를 포함한 레트로바이러스가 만들어지게 되는데, 이 때 바이러스만 분리해서 연골세포(2액)에 넣게 된다. 이론적으로, 이 연골세포(2액)들은 TGF-β1 단백질을 아주~ 잘~ 생산하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 문제가 있다.


암으로의 발전 가능성이다.


레트로바이러스를 이용한 외부에서의 유전자 도입으로 인해 세포가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서 2액에 포함된 연골세포에 방사선을 조사하게 된다.

#레트로바이러스를 이용해서 유전자를 도입한다고 무조건 암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전 연구들에서 레트로바이러스를 이용해서 종양형성유전자(oncogene)를 도입했을 때, 암으로 발전한 경우가 있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하는 것이다. 인보사의 경우, 2액의 연골세포가 암으로 발전할 어떤 가능성도 없애기 위해서 방사선을 조사해서 세포가 자연증식하지 못하도록 하였다고 한다.



이론적으로 2액에는 연골세포만 존재해야 한다. 2017년 당시 식약처도 그렇게 믿었기에 인보사의 판매허가를 내준 것일 것이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판매허가를 받기 위한 임상과정중, 2액에서 신장세포가 발견되었다.

#이는 유전학적 계통검사(Short Tandem Repeat analysis)를 통해 밝혀졌다고 한다. 이는 또 무엇인가? 

인간의 DNA는 가족관계가 아니더라도 인간끼리는 매우 비슷하다. 하지만, (가족관계가 아니라면) 사람마다 매우 다양한 패턴을 보이는 부분이 있는데, 그 중 한 종류가 STR이다. 그렇기에 이 STR을 친자확인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인보사의 경우, 연골세포와 신장세포가 같은 사람에게서 유래한 것이 아니기에 확연히 다른 STR 패턴을 보였을 것이고, 이를 통해 미국에서는 2액에 연골세포가 아닌 다른 세포가 포함되어 있는 것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왜 한국에서는 STR analysis를 하지 않았을까?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은 분석일텐데..


그냥 서류만 확인하고서 "오~ 효과 좋아 보이네~"하고 그냥 허가를 내 준 것일까?

도대체 왜??



코오롱측에서는 안전성에는 문제 없다라는 주장을 한다고 한다.

아무리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가 사용되었다고 하더라도, 방사선 조사를 통해서 과도한 세포 증식을 막았기 때문에.


하지만 이 신장세포, GP2-293의 유래세포인 HEK293는 '무섭도록' 잘 자라는 세포이다.

(정상 신장에서 유래한 세포이지만 아데노바이러스 5(adenovirus 5)의 특정 DNA를 갖고 있기 때문에 '불멸화(immortalized)'되었다. 즉, '밥과 공기'만 잘 주면 웬만해서는 안죽는다.)


암에서 유래한 세포는 아니지만, 정말 정말정말정말 잘 자란다 (암에서 유래한 세포주보다 잘 자라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세포를 이용한 실험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세포주 중 하나이다. 



아무리 방사선조사를 했다고는 하지만, 


코오롱 내부에서의 자체 실험에서 방사선 조사 후 일정 기간 후 세포가 죽는 것을 확인 했다고는 하지만,


정말.. 안전할까? 

(만약 내 가족이 인보사 처방 받는것을 고려한다면 나는 온 힘을 다해서 막을 것이다.)




그동안 인보사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검증하기 위해 코오롱에서 나온 논문들은 모두 1액과 2액에 연골세포만을 포함하고 있다는 내용을 전제로 한 연구일 것이다.

즉, 2액에 신장세포가 포함되었을 때의 결과에 대해서는 전혀 논하고 있지 않을 것이다.


또한 식약처가 공개한 회의록에 따르면 지금까지 이 신장세포가 의약품에 적용된 사례가 없다고 한다. 즉, 의약품에 이 신장세포가 적용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미 인보사를 처방받은 환자들의 수가 3800여명이라고 한다.


별다른 부작용이 없기만을,


다시는 인보사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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