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타임'이 아니라 '골든 아워'입니다~
골든아워 1,2 는 우리에게 석해균선장, 북한 귀순병사를 살려낸 것으로도 유명한 이국종 외상외과 의사의 이야기이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외상외과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몰랐다. 응급의학과에서 치료하기엔 상태가 너무 심각한 '외상'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런 생소한(?)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의 삶을 담고 있는 책이겠거니와 생각하고 구매했다.
1권을 읽고, 2권까지 모두 읽고나니 의사의 진료경험을 단순히 적은 글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는 외상외과라는 분야를 어떻게든 이끌고 가려는, 어쩌면 외상외과라는 험하디 험한 길을 선택할 지도 모르는 후배의사들을 위해 어떻게든 그 '흔적'을 남기려는 한 의사의 처절한 외침이 담긴 책이라고 일컫어야 더 알맞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권의 처음 반절은 정말 금방, 쑥~ 읽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읽어나가기가 힘들었다.
작가의 글솜씨 때문이 아닌, 외상외과의 현실이 너무 가슴아파서. 의사, 간호사 할 것 없이 모든 팀원이 온갖 고생은 다 하는데, 정부에서 약속했던 금전적, 인적 지원은 취소되고, 그들의 고생은 철저히 왜곡되어서 미디어에 나가고.
내가 미디어를 통해서 알고 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미디어에서는 이국종팀이 석해균선장, 북한 귀순병사를 치료해냈다는것만 떠들어댔지, 이들이 끝없이 무너져만 내리는 외상외과라는 지붕을 어떻게 지탱하고 있었는지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이들이 고생하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그런 것은 없었다. 필요인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것은 차지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급되어야 할 안전장비도 충분히 지원되지 않았고, 환자를 빠른 시간내에 수송하기위해 이용하는 헬기 조차 낡아빠져서 매번 목숨을 담보로 타고 있고, 도를 지나친 과로로 의사도, 간호사도, 행정일을 담당하는 사람들도 몸이 심각하게 고장났다.
분노에 분노에 분노가 멈추지 않았다.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오랜만에 책 읽으면서 이런 분노감을 느꼈다.)
도대체.. 정부는 뭐하고 있는거지? (현 정부가 아닌 이전 정부 때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지금은 좀 나아졌을런지...) 자기들 필요할 때만 단물 쏙 빼먹고, 필요 없을 때는 나몰라라하고.
재정이 부족해서 외상외과 의료진들이 사용하는 방에 녹차티백조차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할 정도라는 부분과 헬기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 (공부에 방해된다나? 이런 사람들 치고 정말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못봤다.)이 계속 들어온다는 부분에서는 정말 욕이 몇 바가지는 나왔다. (이런 부분을 보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후진국이다.)
책을 읽으면서 속으로 몇번이고 외쳤다. 제발 그만하세요. 그러다 작가님, 다른 팀원들 할 것 없이 환자들보다 먼저 죽어요.
하지만... 그들이 없으면 누가 사경을 헤매는 외상외과환자들을 치료할 것이란 말인가?
사실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철근이 몸을 꿰뚫는 사고, 자동차가 몸을 지나가서 장기가 터져나가고 사지가 으깨지는 부상.. 뉴스에는 '사상자'로 간단히 언급되고 지나가는 그 사고들.. 책 제목, '골든 아워'처럼 이런 공사장 사고, 교통 사고등으로 인해 몸이 부서져 나간 환자들은 일분 일초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의 생존률을 조금이라도 더 높이기 위해서는 병원으로의 신속한 수송이 아주 중요할텐데, 헬기 이착륙조차 여의치 않다니..
이 책을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 특히 국회의원들이 뱃지 달기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도서로 추천하고 싶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많은 분들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분노감에 머리가 돌아버리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