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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범생 Apr 16. 2021

돈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날, 내 친구가 30억을 벌었다.

당신에게 30억 원이 생긴다면 어떤 걸 하고 싶은가요?

제게 어느 날 30억 원이 주어진다면, 회사에 당당히 퇴직 인사를 전한 후 부동산으로 가겠습니다. 적당히 20억 원쯤 하는 서울 아파트를 하나 사고, 빨간 포르쉐 오픈카를 한대 사겠습니다. 남은 돈으로는 삼성전자와 미국 배당 주식에 적당히 나눠 넣어두고, 간간히 들어오는 배당금을 월급처럼 쓰면서 하루 종일 여유롭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30억 원을 벌 수 있나요?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휴대폰을 집어 들어 지난주 로또 1등 당첨금을 확인해봅니다. 결과는 20억 원 정도. 세금을 내고 나면 15억 원정도 남을 것 같습니다. 로또 1등을 두 번 당첨돼야 30억 원을 만들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네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3년째 다니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으로 30억 원을 어떻게 모을 수 있을까요. 입사부터 퇴직 때까지 한 푼도 안 쓰고 모아도 30억 원은 모으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가 많은 돈을 가진다는 건 비현실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의사나 전문직도 아니고, 부모님께 물려받은 재산도 별로 없는 평범한 사람이니 보통의 남들처럼 적당한 삶을 살지 않을까 했습니다. 물론 주변에도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모여있으니 다들 비슷할 거라고 단정 지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내 친구가 30억을 벌었습니다.


20대의 마지막이 시작되던 때였습니다. 친구가 투자를 통해 30억 원을 벌었다는 소식을 말해주었습니다. 비트코인이 한창 열풍이던 2017년도부터 가상화폐를 열심히 공부하던 친구였습니다. 2018년, 비트코인의 가격이 하락하며 많은 사람들은 관심을 거뒀지만, 그는 계속 관심을 가지고 깊이 공부했습니다. 그 결과 나름의 가치 평가와 투자 방법을 찾았고 최근 몇 개월 사이 큰 수익이 생겨 현금화했다고 합니다. 많은 돈이 통장에 들어오면서 회사는 그만뒀고 일부 자금은 투자금으로, 나머지는 안전자산으로 옮겨두고 여유롭게 살 거라고 합니다.


저는 매번 상상만 하던 꿈을 그는 한순간에 현실로 바꿔버렸습니다. 부러움에 며칠 동안 잠을 뒤척였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A fistful of dollars - Wendy Cockcroft


친구는 노후 준비가 끝났습니다.

30억 원을 은행에 넣어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2%짜리 예금 금리 상품에 묶어놓으면 50,760,000원이 1년마다 생깁니다(이자 소득세 15.4%). 즉, 원금을 쓰지 않고도 은행에서 매달 423만 원을 월급을 받게 됩니다. 은행 이자만 받아도 제 월급보다 많네요. (심지어 저는 월급의 일부는 저금하고, 대출도 갚아야 합니다.)

이번엔 30억 원을 미국 대표 배당주인 AT&T에 투자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글 초안 작성일 (21년 4월) 기준 배당률은 평균 6% 정도 됩니다. 각종 세금을 제하더라도 1년에 1억 초반 정도는 매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친구가 사기를 당하거나, 무리한 투자를 하거나, 지나친 사치를 부리지 않는 이상 저보다 훨씬 많은 돈을 매달 쓰면서도 아무것도 안 해도 점점 부자가 되어갑니다.


누군가는 30억 원을 실제로 벌었습니다. 저도 할 수 있을까요?

몇 가지 방법을 떠올려봅니다. 첫 번째로 아직도 뜨거운 비트코인 시장에 가진 자본과 신용대출을 모두 활용해 인생을 걸어보는 방법입니다. 비트코인 시장엔 다양한 종류의 알트코인들이 등장했고 그중 일부는 짧은 기간 사이 10배 ~ 15배 정도의 가격 변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만약 운이 좋아 오르는 알트코인을 선택했다면 한 번에 친구를 따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면 최악의 수가 될 것입니다. 두 번째는 사업 아이템을 정해 나만의 사업을 꾸려가는 방법입니다. 어떤 아이템을 고르는지, 시장의 움직임과 맞는지, 시기와 약간의 운 그리고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며 그중 소수만 자신의 사업을 성공하고 부를 이뤄냅니다. 직장인이 사업을 하려면 언젠가 다니던 회사를 어쩔 수 없이 그만두게 됩니다. 혹시나 사업에 실패한다면 다시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에 대한 부담은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회사를 열심히 다니며 월급의 일부를 저축하고, 주식과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방법입니다. 재테크와 투자의 역사는 길고, 많은 전문가들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투자방법을 찾고 실력을 기른다면 수익률을 키우고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앞선 두 개의 방법들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지만 괜찮습니다. 복리의 마법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은 사회초년생이라면 특히나 시간은 (유일하고)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돈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한다고 서울대를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공부를 통해 실력이 쌓인다면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1등의 부자가 되기 위해 돈을 공부하는 게 아닙니다. 남들보다 조금 먼저 노후 준비를 끝나는 것, 어떤 행동들에 금전적 제약을 덜 받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래서 돈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부자는 왜 부자가 되었고, 어떤 생각으로 살았기에 부자가 되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도로 위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서, 비싼 한강변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은 금수저였을거야’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떤 점이 다른지 공부해보기로 합니다. 

스물아홉 회사원, 저는 부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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