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만난 그 언니가 어색하지 않았던 건
“오늘 날씨도 추운데 왜 이렇게 얇게 입고 나왔어. 아, 추우면 내 옷이라도 벗어줄까?”
“아냐 괜찮아. 으이구. 너도 참 여전하구나.”
몇 달 전 회사 근처 카페에서 아는 얼굴을 맞닥뜨렸습니다. 대학 다닐 때 같은 동아리 활동을 하던 언니였는데 서로 어쩜 변한 게 없는지 한눈에 알아봤어요. 조만간 만나서 밥 먹자는 약속이 몇 달 걸려 지켜진 게 오늘입니다. 워낙 바쁜 곳에서 일한다는 얘길 듣고 지나가는 말이겠지 생각했는데 프로젝트 끝났다고 얼마 전 연락이 왔네요.
서로 안부를 알지 못한 게 5년은 되었을걸요. 그새 저는 이사를 하고, 언니는 세 곳의 직장을 다니고, 나란히 몸무게가 5키로는 늘었습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괜히 어색한 자리일까 걱정했는데 점심시간이 모자랄 만큼 즐거웠습니다. 중요한 것들이 변하지 않은 덕 아닐까요. 언니는 여전히 무심하게 옆자리 사람을 배려하는 편안함이 있고, ‘밥 한번 먹자’는 말을 인사치레로 하지 않는 마음씀씀이가 있고.
각자의 기억을 더듬어 우리가 함께 아는 사람들 이야기도 했습니다. 누구는 그때 몇년 사귀던 여자친구랑 결혼해서 유튜브를 하더라, 누구는 우리 중에 막내였는데 제일 먼저 애엄마가 됐더라, 누구는 큰 회사 들어가서 외국 출장 다니며 잘 지내더라. 넌 그걸 다 어떻게 아니? 몰라 내 인스타에 다들 뜨던데, 언니도 잘 지냈지? 아니 나는 일만 하다가 올해 연차가 12일이나 남았어. 뭐 그런 이야기들.
다들 변한 데가 많을 겁니다. 그래도 오늘 만난 언니처럼 중요한 것들이 달라지지 않았다면 언젠가 마주쳐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 언니의 ‘너도 참 여전하구나’도 그런 게 아니었을까요. 조만간 다시 만나자 연락해야겠어요. 이제 변하지 않았지만 변해 온 우리 두 사람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 10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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