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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an 03. 2021

#선한관종력

2021년은 선한 관종력을 발휘하는 한 해로 만들자

[2021 목표]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이야기에 해시태그 달기
: #북스타그램 #책추천 #서평 같은 것들

재밌게 읽은 책은 브런치에도 서평 남기기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 대문 넓히기
: 마당에   심고, ‘구독신청은 이쪽입니다입간판 두기

그림 꾸준히 그리고 여기저기 써먹기
: 내가 그림을 꾸준히 그리고 있다는  널리 알리기


2021년은 선한 관종력을 발휘하는  해로 만들자.



 좌우명은 오랫동안 ‘힘숨찐이었다. 힘을 숨긴 찐따.  보기에는 평범하지만 필요한 순간 숨겼던 힘을 개방하는 실속 있는 사람.  찐따일 필요는 없지만 허세보단 겸손이 낫지. 그럼그럼.
나는  능력을 넘어선 기대를 받는   참는 사람이다.   강정 소리를 듣느니 기대치를 최대한 낮췄다 알고 보니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낫다. 그렇고말고.


사수가 없던 회사를 다니던 사회 초년생 시절. 직무 관련해서 배울  없나 이리저리 기웃거리다 이래저래 업계 유명인들 페이스북 계정을 팔로해둔  있다. 어휴. 그때 페이스북 피드가 난리도 아니었다. 인사이트를 담았다는  핑계고 내가 어떤 일을 얼마나 잘했는지, 어떤 분야를 얼마나  아는지 자랑에 자랑을 늘어놓는 글이 잔뜩. 누구 하나 ‘전국~‘ 외치면 ‘자기자랑~!’ 하고 빠빠빠~빠빠~ 잔치가 벌어질 기세였다. 이런저런 경로로 그들과 함께 일해본 사람들의 평판을 주워듣는데 어쩜. 하나같이 보여주기나 잘하지 회사 일은 , 절레절레하더라.
나는 그들과 다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유명하진 않아도 함께 일해본 사람이라면 인정하는 일잘러가 되자는 목표로 달려온 스타트업 6년차.  힘숨찐은 이제 대표님이
너는 어쩌면 그렇게 글을 뚝딱  쓰니?”
하노라면
에이~ 그러니까 월급 주시죠.”
받아치는 센스도 갖추게 되었다. 겸손은 어디 갔냐고? 에이. 회사에서 지나친 겸손은 연봉동결을 부르는 .


 힘은 글에서 나온다. 많이 읽고 많이 쓴다. 다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작년에 읽은 100권의 책을 정리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북스타그램해시태그도 제대로 달아두지 않았다. 일주일에 하나씩 꼬박 71편을 발행한 뉴스레터는 구독신청 페이지가  슴슴하다. 이걸 읽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물어봐도  말이 없다. 서평도 뉴스레터도 누군가 읽어주길,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읽진 않길 바라며  왔다.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만큼 기대도 많아질 텐데, 내가 거기에 부응할  있을까? 싶어서. 최선을 다하는 것과 자신을 가지는  별개의 문제다.


그러다 얼마 . 인스타에 올릴 서평에 써먹으려고 책에 관한 통계청 조사자료를 찾아봤다. 2019 우리나라 국민 1인이 읽은  평균은 7.3. 생각보다 많은데? 싶어 조금 놀랐다가 이어진 수치를 보고서 아이고야 탄식했다. 1년에 교과서 외의 책을 1권이라도 읽는 사람, 이른바 독서인구는 50.6%뿐이다. 그나마 이들이 1 평균 14.4권을 읽어서 평균이 높아진 거였다. 2013 독서인구는 62.4%였고 이들은 평균 17.9권의 책을 읽었다니까 재작년 숫자는 더욱 작아 보인다.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는 독서인구, 이대로 방치하면 가까운 장래에  자체가 사라질지 모른다. 책은 마음의 양식인데 마음이 굶주린 사람이 줄어야 한다는  되도 않는 헛소리를 하려는  아니다. 멸종위기에 처한 책이 살아남도록 돕는  세상 재미의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좋은 영화, 좋은 음악이 저마다의 매력으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듯 좋은 책에도 책만이   있는 재미가 있다.  장부터 쌓아올린 단서들이 마지막 장에서 맞춰지는 짜릿함, 나도 모르던  마음을 담은 문장을 만나는 애틋함 같은 것들. 어떤 식으로든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책을 만났을 때의 감동을 아는 사람들이 적어지는  여러모로 슬픈 일이다.


뭐라도 방법이 없을까? 책의 재미를 알리는 방법. 아무래도 세상에 재밌는  얘기가 드물긴 하다. 혹시라도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비독서인구가 있다 치자. 독서인구의 서평은 묵직한  많아 부담스러울 거다. 서점 베스트셀러는 열에 아홉쯤은 재미로  자리에 오른 것들이 아니다.   펼쳐보면 ‘역시 책은 재미없네싶어 내려놓게  거다.
뭔가   있는  없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지금도 사부작사부작 인스타에 뉴스레터에  이야기를 열심히 쓰고 있다. 문제는 내가 쓰는  읽는 사람이  되지 않는다는 .   문제는  자신부터 내가   널리 퍼뜨리고 싶지 않아 한다는 . 이래서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별반 다를  없다.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며  글이라면 읽도록 만드는 것까지가  노력의 범위 아닐까. 글을 읽는 누군가가 실망하면 내가 속상하니까? 고작 그런 이유로 노력하지 않는  지금 보니 비겁하다.  이야기도 그렇지만 뉴스레터에 담는  에세이도. 누군가에게는   강정이고 시간낭비 스팸메일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름의 재미와 감동을 담은 소중한 편지일  있는데  그걸  보여주려고 하지. 이래서야 힘숨찐도 아니고 그냥 찐따다.


뜬금없지만, 이런 나도 당당하게 보여주고 다니는  있다. 그림이다. 애초에 자신있는 분야가 아니어서 보이는 것도 마음이 편한가. 나름 귀여운 맛이 있으니 다들 예쁘게 봐주세요! 했더니 많이들 예쁘게 봐줬다.  덕에 작년에  권의 책에 작게 삽화를 실을  있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그림과 고료였지만 나름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계속 그리면  나아질  같기도 하고, 좋은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 앞으로도 계속 여기저기 보이고 다닐 생각이다.
이렇게 건강한 마음으로  자랑한  나에게 드문 일이었다. 그래, 이건 선한 관종력이라고 하자!


2021 새해에는 힘숨찐을 그만두기로 했다. 힘을 숨기고 있다는 2병스러운 사고방식부터 내려놓아야지. 올해부턴 선한 관종력으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널리 퍼뜨릴 거다.   재밌어요 추천!  글도 나름 귀여운 맛이 있으니 읽어보세요 추천추천! 하면서. 좋은  만들고, 만든  알릴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지. 누군가의 실망은 인스타 언팔과 뉴스레터 수신거부로 이어지겠지만 그쯤이야 각오해보자. 누가 알겠나, “여름님은 어쩌면 그렇게 글을 뚝딱  쓰세요?” 칭찬에 어깨 으쓱해지는 날이 올지. "그러니까 읽어 주시죠~" 하는 배짱도 갖추게 되면 재밌겠다.




*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을 위해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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