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숨은 재미 찾기 - 리듬게임 입문기
최근 2달, 진전 없는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었다. 번번이 기획부터 엎어지는 바람에 하루에도 몇 번씩 머리를 싸맸다. 내가 이렇게 일을 못하는 사람인가? 잠을 설칠 만큼 스트레스받으니 도망칠 곳이 필요했다. 어차피 제대로 못 자는 김에 밤마다 다른 차원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리듬게임을 시작하게 됐다. 한국 서버를 새로 오픈했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하던 그 게임. 내 덕심을 자극하길래 홀린 듯 설치했는데 난이도가 보통이 아니었다. 20년 전 오투잼, 디제이맥스 하던 이후로 처음 잡은 리듬게임이라 그런가. 동체시력도 센스도 없어서 그런지 너무 어려웠다. 1단계 순한맛부터 5단계 불지옥 매운맛 난이도가 있는 와중에 3단계 중간맛도 클리어하지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리듬게임은 혼자 즐기는 게임이다. 초심자용인 2단계 약간매운맛으로 플레이하면 그만이다. 한 곡에 2분쯤 하는 신나는 곡들을 연주하다 보면 회사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떨어지는 노트를 정신없이 치다 보면 금방 새벽 세 시가 됐다. 저녁 먹고 서너 시간쯤 게임하면 피곤해서 잠도 잘 왔다. 눈도 나쁘고 손도 느려서 안 될 거라 생각했던 3단계 중간맛도 어느새 클리어할 수 있게 되었다. 4단계 약간매운맛에 차근차근 도전하고 있는 요즘.
안구건조증이 심해지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 게임이 아니었다면 지난 2달 우울했을 것 같다. 이 나이 먹고 몇 년을 일했는데 이것 하나 못 하나 싶어 마음이 쪼그라들던 시기. 리듬게임 덕분에 지금도 하루하루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꼭 게임이 아니더라도, 나 자신의 쓸모를 찾지 못할 때 새로운 걸 배워보는 게 좋은 방법 같다. 듀오링고로 언어를 배워보는 것도 괜찮겠다. 원데이 클래스로 목공예를 해본다거나.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분야에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 어느 정도 이상의 실력에 도달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약간의 노력으로 시작만 하는 것도 괜찮다. 나에게 필요한 건 실력이 아니다. 내가 나아지는 즐거움, 내가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다.
배움의 새로운 쓸모를 발견했다. 이래서 사람은 이래서 평생 배워야 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