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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Dec 07. 2022

더 좋은 게 생길 거야

2022년을 보내며

저렇게까지 열심일 필요가 있을까? 조명이 좋은 동네 카페, 건넛자리에서 열심히 셀카를 찍는다. 20대 초반은 되었을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찰칵, 입술을 뿌우 내밀고 또 찰칵, 마주하기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와 눈이 마주칠세라 고개를 돌렸다. 한창 예쁠 때 모습을 오래 남겨두고 싶나 보다. 10년 전쯤 내가 그랬듯이.


나도 사진 찍기 좋아하는 20대였다. 카페에서 셀카까지는 민망해서 안 찍었던 것 같은데, 흑역사를 덮느라 잊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스마트폰이 뭐람, 클라우드 서비스도 없던 시절이라 그때 사진은 싸이월드에나 몇 장 남아 있다. 수백 장 찍어 겨우 건진 한두 장 사진을 보면 내가 참 예쁘다. 주름 하나 없는 피부, 젖살이 덜 빠져 빵빵한 볼, 얼굴이 예쁜 게 아니라 젊어서 예쁜 것이었지만.


그땐 외모에 관심이 참 많았다. 화장품을 잘못 써서 피부가 뒤집어졌을 때 거울 보고 펑펑 울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돌아보면 무슨 야단인가 싶지만 그땐 거울 속 내 모습이 그만큼 중요했다. 젊음을 가장 예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었겠지만, 내가 가진 건 젊음밖에 없었다는 절망의 역설 아니었을까 이제 와서 짐작한다.


다 예전 일이다. 만 나이로도 20대가 못 되는 지금, 내 양쪽 눈가에는 눈웃음을 따라 한 줄씩 주름이 생겼다. 얼마 전 발견한 이 주름이 생각만큼 속상하진 않다. 많이 웃어서 생긴 주름인데 뭘. 반짝반짝 빛나는 20대들을 봐도 질투 나지 않는다. 나는 젊음을 내어준 대신 더 좋은 것들을 얻었는걸. 업무 경력이라던가 글을 쓰는 습관이라던가 언제나 함께 웃을 수 있는 인연이라던가.


10대도 20대도, 언제고 파도에 휩쓸릴 모래사장에 선 기분으로 보냈다. 내 힘으로 생활을 꾸리는 이제야 내가 다진 땅 위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 같다. 그래 봐야 지반이 연약한 흙먼지 땅이라 불안한 건 여전하다. 언제까지 회사를 잘 다닐 수 있을지, 질리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평생 걱정할 것 같다.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다. 내가 가진 좋은 걸 잃더라도, 미련을 남기지 않을 만큼 더 좋은 걸 얻을 수 있을 테니까.


대책 없는 희망을 품고 2022년 마지막 달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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