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T 친구의 상냥함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하던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 처음 만났다. 조용히 있는 게 어색해서 열심히 말을 건넸다.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
“집에 둘째 강아지가 생겼어요. 유기견을 입양했는데 첫째가 싫은 티를 많이 내더라고요. 계속 적응을 못 하면 어쩌나 걱정이에요.”
“어유, 엄마가 결정한 건데 첫째가 따라야죠. 우리도 어느 날 갑자기 동생 생긴 경험 있잖아요.”
옆에서 대화를 듣던 분이 갑자기 물어보았다.
“여름님 T에요?”
이게 MBTI 밈 그건가.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댓글에서나 보던 말을 직접 듣는 건 처음이다. 웃고 말았지만 조금 당황스러웠다. 고생이 많으시겠어요, 하고 넘기는 게 좋았을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건넨 이야기인데.
“아, 나도 몇 번 그 말 들었어! 기분 나쁘더라. 내가 T인 게 뭐 어때서?”
저녁에 만난 친구는 나보다 더 T다운 친구였다. 근황을 전하다 보니 낮에 들었던 이야기도 나오고, 취준 과정에서 겪었던 기분 나쁜 면접도 생각나고, 줄줄이 감자처럼 그동안 겪었던 여러 일들이 딸려나왔다. 친구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뭘 하나 보고 있는데 나에게 슥 휴대폰을 넘겨 준다.
“이 회사 괜찮지 않아? 너랑 직군이 맞는지는 모르겠는데.”
친구는 채용 사이트의 마케터 공고를 살피고 있었다. 워낙 다른 일을 하는 친구다 보니 나에게 딱 맞는 추천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여기 괜찮네, 여기도 좋다, 하며 채용공고 링크를 보내는 모습이 좋아서 모두 받아보았다. 이렇게까지 나를 챙기는구나 싶어 고마웠다.
T든 F든 중요하지 않다. 상대가 나에게 마음을 쓰고 있다는 걸 알면, 그가 생각하는 최선의 방식으로 나를 도우려는 걸 알면 어떤 말과 행동이든 고마워진다. T의 상냥함이 와전되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가 ‘너 T지?’ 같은 말에 기분 상하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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