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두 시간이나 붙잡고 있었다. 최측근은 진작에 도롱도롱 잠든 새벽. 웅크렸던 어깨를 풀고 기지개를 켰다. 우드득 뼛조각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이만하면 됐다. 이제 정말 한 번만 더 보고 자야지.
이제까지 내 인생에 쇼츠와 릴스는 없었다. 애초에 손이 가질 않았다. 영화도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게 좋고, 드라마도 한두 편을 못 본다. 작은 화면보단 큰 화면, 가능하면 화면을 넘어 진짜를 보는 게 좋다.
봄이랑 가을이 좋았다. 벚꽃 단풍 색색이 쏟아지던 날들. 여름도 나쁘지 않았다. 비 오듯 땀이 흘러도, 모기에 물어뜯겨도 놓칠 수 없는 페스티벌들. 지금은 겨울이다. 지난 봄 여름 가을이 전생처럼 아득하다. 뭐 재밌는 거 없나, 집 밖에 나가도 마른 나뭇가지나 파사삭 밟힐 뿐이다. 어쩌다 인간은 겨울잠도 없는지. 지난날 찍어 둔 영상이나 돌려보는데 문득 뻘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거 한번 쇼츠로 만들어볼까.
왕복 두 시간 출퇴근길에 할 일이 생겼다.
*영상은 여기 > https://www.instagram.com/p/DR0wM2tj9OV/
나 혼자 낄낄거리며 만든 영상이 조회수 30만을 넘겼다. 2분짜리 영상으로 사람들의 119일을 잡아먹었다. 함께 가자며 친구들을 태그하는 사이로 스팸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영상 하나에 나름의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테라리움 구경하듯 하루에도 몇십 번씩 데이터를 관찰했다. 친구 몇 명이나 보던 계정에 팔로워가 100명 늘었다. 내가 재밌게 만들었더니 사람들도 재밌게 본다. 모두가 재밌으니 이거야말로 무한재미동력 아닐까? 내친김에 유튜브 계정도 만들었다.
그렇게 쇼츠 중독이 시작되었다. 보는 거 말고 만드는 것만. 아직 두 번의 행운은 없다. 그래도 영상 하나 올리면 조회수 1천을 넘는 게 신기하다. 비슷한 시간 들여 글 하나 쓰면 100명이나 볼까. 인스타그램은 피드에 영상이 스친 것만으로도 조회수로 잡는다지만, 블로그나 브런치 스팸 계정도 만만치 않다. 텍스트힙이라는 말을 다시 보게 되었다. 텍스트는 이제 일부가 좋아하는 힙한 것이고, 대부분은 영상을 보는 거 아닐까.
안 그래도 시간도둑 많은 세상, 사람들의 시간을 훔치는 무의미한 영상을 만드는 데 시간을 쓰는 게 맞나. 그런 생각도 잠깐 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살면서 재미없는 건 대개 쓸데없는 일들이다.
예전엔 글 쓰는 게 이렇게 재밌었다. 요즘은 그냥저냥. 생각을 오래 하는 것도, 마음을 깊게 쓰는 것도 피곤하다. 강도 바다도 얼어붙는 계절인데 그러려니 한다. 라멘집에서도, 고깃집에서도 두바이쫀득쿠키를 만들어 파는 시대다. 글 대신 쇼츠를 만드는 것도 제법 괜찮은 시대 적응 아닐까.
완성한 쇼츠를 한 번 다시 보고 업로드했다. 이번 주말도 바람이 차다.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두바이쫀득쿠키 먹으면서 쇼츠나 만들자.
*인스타그램에서 더 가까이 만나요!
글은 여기서 > @summer_unofficial / 영상은 여기서 > @rockstar_t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