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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n 25. 2017

책이 최고의 선물인 이유

&  최고의 선물을 하려면 신경써야 할 네 가지

  우연히 만나 친해진 언니가 있다. 서로 바빠 자주 보진 못해도 만날 때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좋다. 내가 주로 신세를 지는 쪽인데, 저번에는 취직 준비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맛있는 걸 잔뜩 사주시더니 이번에는 직장생활하느라 고생이 많다며 클래식 콘서트에 초대해주셨다. 밥값도 티켓값도 괜찮다며 받지 않는 그분께 어떻게든 고마움을 전하고 싶은데. 내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게 뭘까?


  고민하다 서점에 갔다.


  잘 고른 책은 최고의 선물이 될 자질이 있다. 책은 상위호환, 하위호환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선물로 고려하는 수많은 물건들은 대개 저렴이와 고렴이로 나뉘곤 한다. 내가 선물할 수 있는 것보다 비싸고 좋은 것을 살 경제적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가성비가 좋은' 무언가를 선물하는 건 쓰임이 적게 마련이다. 그런데 책만큼은 빌게이츠같은 부자든 나처럼 쪼들리는 직장인이든 같은 가격으로 질적 차이가 전혀 없는 것을 살 수 있다. 빌게이츠가 휴가때 읽었다는 책이라고 가격 뒤에 0 하나 더 붙진 않고, 양장본이나 한정판이 비싸대도 일반 문고본보다 내용 자체가 더 좋은 건 아니니까. 책을 선물할 땐 이만 원 내외의 돈만 있으면 그 사람이 이 책을 좋아할까 하는 즐거운 고민만 하면 된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책이 최고의 선물은 아니다. 그래서 내 나름 책을 선물하기 전 되새겨보는 한 문장이 있다.


  '그 사람이 이 책을 오래 두고 읽을까?'


  1) 그 사람이 :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책선물을 해야 한다.

  뭐 이런 당연한 말이 있을까 싶지만, 가끔은 내가 읽어서 너무 좋았던 책이면 상대방도 무조건 좋아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독서에 취미가 없는 사람에게 선물한다면 부담만 한가득 안겨주는 셈이다. 최악의 경우엔 선물을 받은 사람이 나를 당분간 피할 수도 있다. 만나면 책 이야기를 해야할 것 같다며.


  2) 이 책을 : 그 사람이 좋아할 만한 책을 골라야 한다.

  취향을 많이 탄다는 점에서 책은 옷과 비슷한 데가 있다. 아무리 요즘 유행하는 옷이라도 내 스타일이 아니면 사 놓고도 몇 번 입지 않는 것처럼 베스트셀러라도 굳이 내 시간을 내가며 읽고 싶지 않은 책이 있게 마련이다. 받는 사람의 취향을 잘 파악해 그 사람이 흥미를 가질 만한 책을 선물해야 한다. 특히 자기계발서나 난해한 시집 등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편이니 주의!


3) 오래 두고 : 유행 심하게 타지 않는 책이어야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황당한 선물은 몇 년 전 생일때 받았던 <안철수의 생각> 이다. 선물을 준 사람 왈, 내가 워낙 책을 많이 읽으니 아직 안 읽었을 것 같은 신간으로 골랐다고... 정말 그 책은 두고두고 떠오를 때마다 거 참... 대체 왜... 싶다.


4) 읽을까? : 내가 읽어 보고 좋았던 책을 선물해야 한다.

  그래야 그 책을 선물받은 사람이 나중에 소감을 이야기할 때 맞장구치며 더 친해질 수 있다. 특히 소설은 초중반 전개가 나무랄 데 없는 것이었어도 결말로 갈수록 힘이 빠지거나 삼천포로 새는 일이 종종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콘서트장에서 만난 그분께 책을 건네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며 무척 기뻐하셨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오니 거의 밤 열두 시. 댁에는 잘 도착하셨냐고 메시지를 쓰고 전송 버튼을 누르자마자 그분에게서 카톡이 왔다. 책 표지부터가 자신의 취향이어서 집 인테리어와도 어울린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셨는데, 그렇게 좋아해 주시니 내가 더 신이 났다. 더불어 책 선물에 참고할 좋은 팁이 하나 더 생겼다. 표지가 예쁘면 가산점이 있다는 것!



* 매주 수요일, 취향 가득 담긴 제 글을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매일매일 읽을거리]도 소소하게 운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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