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다이어리 속 2017년 12월 사용방법
"벌써 12월도 절반이나 갔어! 이렇게 또 한 살 더 먹는 거야?!"
"나이는 이미 지난 1년간 하루하루 먹어가고 있었거든? 뭘 새삼스럽게~"
이맘때쯤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열에 아홉은 나오는 말. 나이는 이미 먹어가고 있는 거라고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내 멘탈도 사실은 쿨몽둥이로 몇 대 맞은 상태다. 별달리 한 것도 없는데 무슨 1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담. 하지만 이렇게 지구가 한 바퀴 돌지 않았다면 매일매일 시간이 흘러간다는 걸 잊고 대충대충 살았겠지. 괜찮아, 2018년부터 좀 더 열심히, 재밌게, 잘살면 되는 거야.
그렇게 아쉬운 듯 정신없게 지나가는 12월. 새로 장만한 2018년 다이어리를 꺼내 들었다. 내년 한 해는 무엇을 할까, 너른 종이를 계획과 다짐으로 가득 채워간다. 야식 먹지 않기, 운동 꾸준히 하기, 동영상 제작 배워보기, 마케팅 관련 툴 공부하기, 책 더 많이 읽기, 글 더 많이 쓰기 등등등등.
수십 가지 목록을 빼곡히 써 내려가니 마음이 부푼다. 목표는 원래 세울 때 가장 즐거운 법이니까. 그래,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멋진 내가 될 수 있을 거야. 1월 1일이 기다려진다! 그럼 내년을 기다리며 남은 올해는 2017년 한 해를 정리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보내 볼까?
...라는 생각으로 지난 2주를 보냈다. 올 한 해를 정리하는 건 나에겐 며칠이나 붙잡고 있을 주제는 아니었다. 올해 들어 제일 잉여롭게 보낸 2주였다. 당장 무언가를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모든 걸 내년으로 미루며 뒹굴거린 덕이다.
생각해보면 초등학생 때 동그라미를 이리저리 갈라 '꿈나라', '기상' 같은 걸 쓰며 생활 계획표 짜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앞으로는 제대로 해보자!'라고 생각한 것 중에 실제로 지켜낸 일정은 몇 되지 않는다. 오늘까지만 해도 늘어져라 뒹굴거리던 사람이 종이 한 장이 넘치도록 가득 채운 계획들을 내일부터 완벽하게 시작할 순 없는 거다. 하루아침에 나이를 먹어버린 게 아니라 사실 하루하루 나이는 이미 먹어왔던 것처럼.
사람이 습관을 바꾸는 데 걸리는 시간이 21일이라고도 하고 66일이라는 말도 있지만, 딱 하루면 된다는 말은 어디에도 없다. 습관은 벼락치기가 아니기에 마음먹는다고 내 몸이 척척 움직여주는 게 아니다. 몇십 년을 살며 익히 알고 있는 내 게으름인데 고작 2018년이 된다는 것 하나만으로 그 게으름이 사라지는 건 꿈같은 이야기다. 그래서 이번에는 2018년 다이어리 맨 앞장, 2017년 12월 달력 칸을 채워보기로 했다. 내 2018년의 셀프 베타테스터가 되는 거다. 목표들을 실현할 구체적인 일정을 짜고 계획을 세워 직접 해 보기. 해 보고 어렵다 싶으면 수정해 두기. 진짜 해낼 수 있는 것들로 목표 다시 채우기. 그렇게 '야식 안 먹기'는 '야식으로 치킨 안 먹기'가 되었고 '책 더 많이 읽기'는 '일주일에 세 권씩 읽어보기'로 바뀌었다.
그리고 이렇게, 목표 중 하나였던 '소재가 생각나면 글쓰기 미루지 않기'는 달성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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