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돌아오니 어때?”
튀르키예에 오래 살다 돌아오니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글쎄다. 삼겹살집이 널려 있고, 집 앞에만 편의점이 네 개나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도 있다.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하나를 꼽자면, 연말의 분위기를 느낄 때 비로소 한국에 돌아왔다는 사실이 실감 난다.
작년 여름 한국에 돌아온 뒤 처음 맞는 겨울이다. 11월이 되자 거리 곳곳에서 캐럴이 들리기 시작했다. 올해는 롯데백화점이 어떻게 꾸며졌을지 궁금해 명동에 나가보기도 했다. 예상대로 명동 롯데백화점은 올해도 동화처럼 꾸며져 있었다. 지금 앉아 있는 카페에도 아직 트리가 반짝이고, 벽에는 산타 장식이 걸려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산타클로스의 기원은 튀르키예 미라 지역(현재 안탈리아의 뎀레)에 살았던 성인 니콜라스 주교다. 정작 튀르키예에는 크리스마스가 없다. 무슬림이 전체 인구의 9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는 튀르키예에서 크리스마스는 아무 의미 없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슬람교에서 알라는 스스로 존재하는 유일무이한 신이다. 그런 절대적 존재에게 아들이 있다는 개념은 용납되지 않는다. 기독교의 삼위일체나 성부·성자 개념 역시 받아들여질 수 없다. 이슬람교에서 예수는 알라가 보낸 수많은 선지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며, 신성과 동일시될 수 없다. 따라서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무슬림의 관점에서 ‘이교도의 명절’에 가깝고, 이를 축하하는 행위는 우상숭배로 여겨진다.
이는 비단 튀르키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며칠 전 리버풀 FC의 공격수 모하메드 살라가 가족과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일부 무슬림 팬들의 비판을 받은 일도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일반적인 튀르키예 가정집이나 식당에서는 트리나 리스를 거의 볼 수 없다.
다만 관광객이 많이 찾는 카뇬(Kanyon), 이스틴예 파크(İstinye Park), 제바히르(Cevahir) 같은 대형 쇼핑몰에서는 상업적인 이유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한다. 약 7~8년 전만 해도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노엘(Noel)’이라는 표현이 종종 쓰였다. 화려한 장식과 빨강·초록색의 크리스마스 세일 문구들이 등장했고, 상호명을 모자이크 처리한 채 뉴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무슬림 사회에서는 이를 두고 “무슬림 국가에 크리스마스가 웬 말이냐”며 자본주의의 폐해를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많은 업체들이 ‘새해’를 뜻하는 ‘이을바쉬(Yılbaşı)’라는 표현으로 이를 대체하게 됐다.
그럼에도 ‘크리스마스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은 존재한다. 지한기르(Cihangir), 바으닷 잣데시(Bağdat Caddesi), 카드쾨이의 모다(Moda), 마슬락(Maslak) 같은 지역들이다. 외국인이 많고, 이들과 결혼한 튀르키예인들도 적지 않아 비교적 분위기가 자유롭다.
크리스마스 문화에 대해서도 관대한 편이다. 내가 다니던 회사 로비에도 겨울 내내 큰 트리가 세워져 있었다. 최근에는 크리스마스를 종교적 의미보다는 연말과 새해 분위기로 받아들이는 젊은 층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결국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해 왔다.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여겼던 튀르키예가, 이런 순간에는 참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