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식탁에서도 함께한 올리브와 무화과
내가 올리브와 무화과를 처음 접한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메소포타미아 지역 설화를 읽다가 인상적인 장면을 만났다. 화가 난 어떤 신을 달래기 위해 그의 아내가 노래를 부르며 올리브와 꿀에 절인 무화과를 하나씩 번갈아 입에 넣어주는 장면이었다. 신의 얼굴은 조금씩 풀어졌고, 분노도 서서히 가라앉았다. 올리브와 무화과라는 이름은 그때 처음 들었다. 너무나 이국적인 식재료였던 그 두 열매는 어린 나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았다.
이 두 열매는 그리스로마 신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신들의 음식으로 알려진 암브로시아가 정확히 무엇인지는 기록마다 다르지만 많은 학자들은 그것이 꿀에 절인 과일이었을 것이라 추정한다. 그리고 그 과일이 무화과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지혜의 여신 아테나는 자신의 도시 아테네를 축복하며 인간들에게 올리브를 선물했다. 신들이 먹는 음식이자,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선물. 올리브와 무화과는 오래전부터 풍요와 생명의 상징으로 이야기 속에 등장해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열매가 단지 신화 속에서만 함께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중해 지역의 농촌을 보면 올리브 나무 사이사이에 무화과 나무가 함께 자라고 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튀르키예를 비롯한 지중해 지역에서는 올리브 나무를 심을 때 무화과 나무를 함께 심는 농업 관습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농부들 사이에서는 올리브를 심을 때 무화과를 같이 심으면 좋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으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명이 전해진다.
가장 흔히 언급되는 이유는 해충과 관련된 것이다. 올리브 농사에서 큰 피해를 주는 해충 가운데 하나가 올리브 열매파리인데, 무화과는 향과 당도가 강해 곤충을 더 쉽게 끌어들인다고 여겨져 왔다. 그래서 무화과 나무가 일종의 유인 작물처럼 작용해 해충이 올리브 대신 무화과로 몰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올리브의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경험적 지식이 농부들 사이에 전해졌다. 일부 전통적인 설명에서는 무화과의 달콤한 즙이 올리브 열매파리에게 치명적이라고도 이야기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히 확립된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이유는 두 나무의 생육 방식에 있다. 올리브 나무는 뿌리가 비교적 깊게 뻗는 반면 무화과 나무는 뿌리가 넓게 퍼지는 경향이 있다. 같은 땅에서 자라더라도 물과 영양분을 두고 경쟁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여겨지는 이유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두 나무는 한 밭에서 함께 자라도 서로의 생장을 크게 방해하지 않는다.
지중해의 전통 농업에서는 올리브, 무화과, 포도를 함께 재배하는 경우도 많았다. 세 작물은 건조한 기후에 잘 적응하며 수확 시기도 서로 달라 농사일을 분산시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올리브유, 말린 무화과, 포도주처럼 가공과 저장이 가능해 오래전부터 지역 농가의 중요한 생산물이 되어 왔다.
이렇게 보면 올리브와 무화과가 함께 심겨 있는 풍경은 단순한 농업 기술의 결과라기보다 지중해 사람들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생활의 지혜에 가깝다. 해충을 피하려는 경험, 서로 다른 생육 방식, 건조한 기후에 맞춘 농업 구조가 겹치며 두 나무는 오랜 세월 같은 밭에서 자라왔다.
그리고 어쩌면 그 모습이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도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인지 모른다. 신들의 음식이 되고, 풍요의 상징이 되고, 인간에게 내려진 선물이 된 두 열매는 실제로도 늘 서로의 곁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 읽었던 설화 속 장면이 지금도 떠오른다. 노래를 부르며 올리브와 꿀에 절인 무화과를 번갈아 건네던 아내의 손길. 그때는 그저 낯선 열매의 이름이 신기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신들의 식탁에 함께 오르던 두 열매는, 오래전부터 같은 밭에서 함께 자라던 열매였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