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활동'에 대한 고찰
내 학부 졸업 논문은 소유트알란 마을 여성들의 삶과 경제활동을 주제로 했다. 소유트알란 마을은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는 가구가 대부분인 농촌 마을로, 대부분의 집에서 부부는 함께 옥수수밭을 일구고 소와 양, 염소를 돌보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직업’에 관해 질문했을 때, 남성들은 자신을 농부라고 답한 반면 여성들은 한결같이 가정주부라고 답했다. 경제활동을 누가 하느냐는 질문에도 대다수는 전적으로 남편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응답을 반복해서 듣던 어느 날,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정말 이 마을에서 경제활동은 전적으로 남성들만의 몫일까. 이 질문은 현장에서 경험한 두 가지 일화를 통해 더욱 분명해졌다.
첫 번째 일화는 요거트에 관한 것이다. 조사 기간 동안 나와 팀원들은 마을 중앙에 위치한 농업협동조합 건물 2층에서 지냈다. 마을은 시내에서 차로 30분가량 떨어져 있어, 필요한 식자재와 생필품은 주로 시내에서 미리 사서 들어왔다. 조사 기간이 5주에 달했던 만큼, 부족한 물건은 마을에서 구입하기도 했는데 협동조합에서 도보 5분 거리에 마을에서 유일한 슈퍼가 있었다. 4평 남짓한 작은 구멍가게였지만 아이들 간식거리부터 파스타면, 샴푸, 양말, 식기세척기 세제까지 다양한 물건이 진열되어 있었다.
어느 날 동네 아주머니가 텃밭에서 딴 쇠비름나물을 한 봉지 건네주셨다. 튀르키예에서는 쇠비름나물을 요거트와 섞어 먹는다. 마침 시내에서 사 온 요거트가 떨어져 슈퍼에 들렀다. 슈퍼 주인 할아버지는 반갑게 맞아주시며 무엇을 찾느냐고 물으셨다. 요거트를 사러 왔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우리 가게에는 딱 하나 없는 게 유제품이라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마을의 웬만한 집들은 치즈와 요거트를 직접 만들어 먹기 때문에 슈퍼에 갖다 놔도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가게 한켠에 집과 연결된 문을 열고 들어가 할머니에게 요거트 한 병을 내오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큰 유리병에 담긴 요거트를 건네주셨다. 값을 치르려 하자 뭐 이런 걸 돈 받고 파느냐며 한사코 거절하셨고, 집에 많으니 필요하면 또 오라고 하셨다. 그 뒤로도 마을 사람들은 종종 요거트나 치즈를 나누어 주었고, 우리는 마을에 머무는 동안 유제품을 사 먹을 일이 거의 없었다.
두 번째 일화는 쾨프테에 관한 것이다. 마을에는 나보다 두 살 많은 귈잔 언니가 시댁 식구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언니는 저녁을 먹으러 오라며 나를 초대했고, 터키식 미트볼인 쾨프테를 대접했다. 너무 맛있어 어디에서 샀는지 묻자, 언니는 박장대소하며 사긴 뭘 사느냐고, 직접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언니의 하루 일과가 떠올랐다.
언니네 시댁은 소를 여러 마리 기르고 있었고 큰 밭도 일구고 있었다. 새벽 에잔이 울리면 시부모님과 남편은 첫 기도를 드린 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밭으로 나갔다. 그 사이 언니는 세 사람이 먹을 아침을 차리고, 그들이 나가면 외양간의 소들에게 여물을 주었다. 집안일을 하다 보면 곧 개구쟁이 아들 셋이 일어나 배고프다며 보챘고, 아이들 아침을 챙겨 먹인 뒤 마당으로 내보내면 본격적인 일과가 시작됐다. 텃밭을 가꾸며 점심에 먹을 토마토와 고추를 따고, 밭에서 일하는 가족들이 먹을 점심을 준비했다. 식사 시간마다 아이들을 먹이고 뒷정리를 하면, 흙투성이가 된 집을 다시 청소해야 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다시 외양간의 소들을 돌봐야 했다. 그런 하루 속에서 쾨프테를 만들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언니는 이렇게 말했다. 도시에서는 마트에 가면 냉동 쾨프테를 사 먹는 게 편하겠지만, 희생절에 잡은 소로 다짐육을 만들어 냉동실에 넣어두면 필요할 때마다 꺼내 쾨프테도 만들고 가지 요리나 사르마에도 넣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이게 더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언니네 텃밭에서 수확한 채소로 만든 샐러드를 먹으며, 과연 이들의 활동이 경제활동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이 질문에 대한 이론적 실마리는 카를 폴라니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전통적인 경제사조에 이의를 제기한 폴라니는 경제를 ‘시장 교환’으로 축소하는 관점을 비판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자기 소비를 위한 생산은 대부분의 사회에서 경제의 핵심적 부분이다.” 폴라니의 실질주의 경제 개념에 따르면, 경제란 인간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연과 맺는 제도화된 관계 전체를 의미한다. 내가 관찰한 여성들의 텃밭 노동, 가축 돌봄, 유제품 생산, 희생절을 통한 고기 확보는 모두 시장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생계 생산이며, 폴라니의 정의에 따르면 명백한 경제활동이다. 마을 사람들, 특히 여성들 자신이 이를 경제로 인식하지 않는 것은, 폴라니가 말한 시장 사회의 사고방식이 경제 개념을 잠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마릴린 웨어링의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웨어링은 『If Women Counted』에서 여성이 가족을 위해 식량을 생산하면 경제활동으로 계산되지 않지만, 같은 일을 임금을 받고 하면 경제활동이 된다고 지적한다. 할머니가 만든 요거트와 언니의 살림 노동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기 때문에 GDP나 직업 범주에 포착되지 않는다. 그러나 웨어링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측정의 문제일 뿐, 경제가 아니라는 증거는 아니다. 오히려 이러한 사례들은 여성의 생계 노동이 어떻게 구조적으로 비가시화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에스터 보서럽은 『Woman’s Role in Economic Development』에서 여성의 농업 노동이 보조적이라는 통념을 반박하며, 여성은 종종 식량의 주된 생산자라고 주장한다. 그녀에 따르면 많은 농촌 사회에서 여성은 텃밭 농업과 소규모 축산, 가공 식품 생산을 담당하며 이는 가계 생존의 핵심 축을 이룬다. 내가 관찰한 소유트알란 마을의 텃밭과 유제품 생산, 고기 확보는 바로 보서럽이 말한 가계 중심의 농업 경제에 해당한다.
부르사 산속 어느 마을에서 만난 요거트 한 병과 텃밭, 냉동실 속 다짐육에 얽힌 경제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경제활동’의 정의를 다시 묻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