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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Jun 17. 2018

내가 이래서 제주를 못끊지

너굴양 제주일기

제주에 산다고 하면 다들 부럽다고 한다.
그런데 또 다들 아시겠지만 제주에 사는게 늘 좋지는 않다.
살기에 절대 만만한 곳이 아니다. 제주.

내가 나고 자란 서울도 살기는 녹록치는 않았지만...
어디에 살아도 좋은 날이 있고, 힘든 날이 있다.

제주에 터를 잡겠다는 마음으로 내려온 후에는
좋은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았다.
여행은 대체로 즐겁지만 사는건 대체로 힘드니까.

겨울엔 비수기라고 끙끙대며 버텼는데
봄이 되니 조금 나아지는 듯 하다가 
지방선거 앞두고 또 휘청휘청.
제주에 이사오는 걸 시작으로 익숙한 모든 것과 이별하는 기분이 들었다.

이 날도 그런 날이었다. 날은 더워지고 걱정만 켜켜이 쌓인 날.
모처럼 간 카페에선 에어콘 바람이 너무 차서 기분이 잔뜩 상했다.

기분 전환도 할 겸 애월에 갔다.
우리가 좋아하는 고내리 바닷가.


제주 애월 고내리 일몰 (촬영 너굴양)


이 날이 생일 전 날이었는데, 전야제라도 하듯이 역대급 석양을 선물 받았다.
모처럼 멋진 하늘이 주홍빛으로 진하게 물들었다.

좋다는 말 밖에는 떠오르지 않는데, 짝궁이 한 마디 던졌다.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이래서 제주를 못끊어."

제주에 와서 '왜 이렇게까지...'하는 순간도 있었는데
이런 일몰을 보여주시면 '뭘 이런 걸 다'하며 고마움이 밀려온다.

우리가 지지고 볶는 사이에도
제주 바다는 늘 그 자리에서 
우리가 이 일몰을 보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오래 보자, 우리.'
 하면서 말이다.


제주 애월 고내리 일몰 (사진 너굴양)
제주 애월 고내리 일몰


등대 앞에서 일몰을 보며 우리는 서로를 사진에 담았다.
제주가 멋진 선물을 주니 
우리도 잘 해봐야지 :)







중구난방 올리던 제주살이 이야기를 글과 그림, 사진으로 엮어

<너굴양 제주일기>로 올립니다. 많이 봐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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