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굴양 Jun 28. 2018

라디오를 켜봐요

너굴양 제주일기

라디오를 들었던 때가 언제일까.
중 고등학생 때는 매일 같이 밤마다 들었는데.

독서실에서 이어폰으로 <볼륨을 높여요>나 <별밤>을 듣다가
재밌는 부분에서는 독서실 칸막이 사이로
'풉----' 'ㅋㅋㅋㅋ' 소리가 흘러나왔지.

회사 다닐 때도 야근하거나 퇴근길에는 가끔 라디오를 들었다.
요즘은 차를 타야 라디오를 틀게 된다.
자차로 운전하는 분들은 여전히 라디오를 많이 듣는다고 하던데.

아마 팟캐스트가 나오면서 라디오를 듣는 일이 줄어든 것 같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원하는 만큼 계속 들을 수 있는 게 
팟캐스트의 매력이라면,

라디오에는 여백이 있다. 
노래는 DJ의 멘트를 들으며 기다려야하고,
중간 중간 광고가 나와 집중력이 떨어져도 괜찮다.

라디오를 듣다가 좋아하는 노래를 녹음해본 경험,
80년대생들까지는 아마 공감할 것이다.
DJ가 어떤 노래를 소개하는지 귀를 쫑끗 세우고 듣다가
전주가 나오기 직전에 녹음 버튼을 누르기!
전주에 멘트 섞이면 막 아휴~
노래 나오다 광고 때문에 끊기면 또 아휴~~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DJ들의 목소리 품평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한참을 듣곤했다.

'라디오'라는 단어 하나로
나의 시간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기분.


라디오를 켜봐요


오늘 라디오가 생겼다.
(작업하기로 한 브랜드에서 선물로 주심)

평소에 블루투스 스피커에 팟캐스트나 애플뮤직, 유튜브를 연결해 듣다가
튠을 돌려가며 주파수를 맞추고 있자니 기분이 묘해진다.
나름 똑똑한 녀석이라 주파수가 맞으면 초록불을 켜준다. (그린라이트 인가요)

라디오 본연의 기능에만 충실해서 좋다.
하나의 기기가 하나의 기능만 하던 때가 있었다.
디지털 버튼이 아니라 물성이 있는 버튼이나 휠로 기능을 조절하면서
나름의 '손맛'을 느낄 수 있던 시절.
안테나를 올리고 튠을 살살 돌리며 맞추는 맛이 쏠쏠하다.

비가 쏟아지는 밤, 라디오를 들으며 작업을 했다.
DJ와 게스트의 이야기에 맞장구도 쳐가며
좋은 노래가 나오면 흥얼거려가며.

복잡하던 머릿속이 이 라디오를 따라 단순해진다.


라디오를 들어봐요






중구난방 올리던 제주살이 이야기를 글과 그림, 사진으로 엮어

<너굴양 제주일기>로 올립니다. 많이 봐주세요 :D

작가의 이전글 제주는 수국수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