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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Mar 30. 2020

남들과 다른건 당연한거야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너굴양 북리뷰ㅣ오로르의 상상의 세계를 환상적인 일러스트로 만난다


아기를 재우고 잉여롭게 뒹굴 거리고 있는데 메일이 한 통 왔다. 

출판사에서 왔다. 응? 출판사?

인세의 향기를 맡아본지 너무 오래 되어 설레는 마음으로 메일을 열었는데

책을 보내주신다고...하하...네...

하지만 나는 책을 쟁이는 것도 무척 좋아하므로 즐겁게 책을 받아보았다.

무려 <빅 픽쳐>의 저자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간.


사랑스러운 아이, 오로르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글,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주인공 오로르는 소리내어 말하지는 못하지만 타블렛으로 글을 써서 세상과 소통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눈을 보면 생각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 이 능력으로 친구들을 돕게 된다.


오로르는 특별하다. 타블렛으로 대화하고 사람의 생각을 읽는 다는 것도 특별하지만, 책을 읽으며 내내 감탄했던 것은 오로르의 마음이었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소리내어 말하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진 것(생각 읽기)으로 다른 사람을 돕는다. 힘들 때는 참깨 세상(상상 속 세상)에서 오브와 즐겁게 놀지만, 힘든 세상(현실)으로 돌아가야 할 때 피하지 않고 돌아가는 용기도 있다.


무엇보다 '난 남에게 휘둘리지 않아!'라고 태블릿에 당당히 쓰고 불의에 맞서는 용기,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도우려는 사랑스러운 마음이 누구보다 특별하다.


남들과 다른 아이, 오로르


나는 남들과 다르대. 근데...... 당연한 거 아니야?



오로르는 자폐증이라 불리는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다. 보통 바깥세상과 단절되어 자기 안에 갇혀있다고 하며 대인관계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알려져있다. 메일로도 그렇게 안내를 받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자폐'라는 단어는 내 머리 속에 없었다. 오로르는 그저 소리내어 말을 하지 못할 뿐,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하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작가 후기에서 더글라스 케네디는 자폐성 장애(발달장애의 일종)를 다룬 책을 내자는 제안을 여러번 받았다고 밝혔다. 아들 맥스가 자폐성 스펙트럼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맥스가 일상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 했지만 맥스는 또래들과 같이 공부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조금 느리고 특별할 수 있다는 점에 방점을 둘 것인가, 장애에 촛점을 맞출 것인가는 아이 자신이, 그리고 부모가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누구보다 아름답고 부드럽게 기타를 연주하는 핑거스타일 기타리스트 김지희씨가 떠올랐다. 20대 중반이 된 지희씨는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노래는 멀리멀리> 촬영으로 몇 번 인사를 하고 그림일기 수업을 했던 인연이 있다. 지희씨는 우연히 접한 기타에 빠져들며 재능을 발견했고, 지금은 기타로 세상과 소통한다. 말수가 적고 수줍음이 많지만 기타와 음악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단호하고 고집이 있다. 지희씨가 기타리스트로 성장하는데에는 어머니 이순도씨의 노력과 희생이 있었다. 처음에는 도움이 많이 필요했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을 이끄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기타를 들쳐멘 지희씨는 이제 수백번의 무대경험을 가진 노련한 퍼포머다.


남들과 다르지만 그래서 특별한, 느리고 돌아가더라도 자기 몫을 해내는 아이.


결국 문제는 그들을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우리의 시선이다.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오로르는 마음을 읽는 능력을 한껏 발휘해 사건을 해결한다. 수학을 잘하고 좋아하지만 다른 아이들 보다 몸이 크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는 루시, 루시를 놀리는 '잔혹이들'과 마주쳐 결국 루시는 도망을 쳤고, 사라져버렸다! 오로르는 상상 속 친구 오브와 주변 어른들과 함께 루시를 찾아 나선다. 때로는 무시도 당하고, 도망치는 상황이 와도 오로르는 친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읽는 내내 흥미 진진해 단숨에 읽었다. 

오로르는 괴물나라에 숨어든 루시를 찾을 수 있을까?


또 하나 오로르에게 놀라웠던 점, 마음을 읽을 수 있지만 그 능력을 모두에게 오픈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불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른사람의 마음을 읽기 때문에 배려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더글라스 케네디 글, 조안 스파르 그림, 조동섭 옮김, 밝은세상

이 책은 만듦새 또한 좋다. 오로르의 상상 속 세상을 들여다 보는 듯한 표지가 눈길을 끈다. 여기에 조안 스파르라는 걸출한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들이 소설 속 곳곳에서 이야기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


조안 스파르는 훌륭한 그림 작가이기도 하고, <꼬마 뱀파이어>, <나무인간>등을 쓴 글 작가이기도 하다. 풍부한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고 간다.


이야기를 읽으며 일러스트를 함께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한 책.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청소년기의 자녀와 함께 읽기를 추천하고 싶다. 



+ 글을 쓰고 알게 되었는데, UN이 정한 세계 자폐증 인식의 날(World Autism Awareness Day)이 4월 2일이었다. 이 날에는 전 세계의 도시 곳곳에서 파란색 불빛을 비추는데,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파란색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표지도 파란색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본다.


작가의 이전글 <이모, 공룡 이름 지어 주세요>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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