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너굴양 Sep 02. 2016

돌아와서야 깨닫다

헤이즐의 잡설


덜컥 홍천에 가기로 한 것은 지난주였다. 이번주에는 어떻게든 이틀 정도 시간을 비워 혼자 서울을 벗어나자고 생각했다. 제주도를 갈까 강릉을 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홍천을 오가며 일하는 분이 생각나 연락을 했다. 서로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꼭 오라고 몇번이고 말했던 얼굴이 생각나 연락을 했는데 생각지 못한 환대를 받았다.


누군가는 내가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고 했다는데, 사실 요즘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해가 바뀌며 큰일을 치르고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닥치는대로 했다. 내 입에 담은 '3년차'를 어떤식으로든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지 말자고 해놓고 또 다른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며 나를 몰아부쳤다.  


그러다 여름 입구에서 멈춰섰다. 나를 쉬게하고 달래지 않았던 후폭풍이 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암으로 멈춰섰던 걸음이 아쉽기라도 한듯 뛰려고 했다. 전혀 뛸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막연하게 허무해지고 지쳐갔다. 회복할 탄력이 없는채로 모든 것을 억지로 하는 것 같았다. 삶에 대한 애착? 그런 건 없었다. 때로는 다 포기하고 싶고(나쁜 생각도 했다) 다시 남들 눈에 좋아보이는 조건을 따라 일하고 싶었다. 뇌가 지치고 몸도 지치고...머릿속은 시종일관 멍했다. 반나절 정도 쉬면 반짝 하는 힘으로 일하고 이내 널부러지기 일쑤였다. 개운하고 싶었다.


두어시간 방문했던 곳, 네다섯시간 만나 얘기한 사람인데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떠올랐고, 내 촉이 맞았다. 만 이틀이었지만 너무나 잘 쉬고 왔다. 그리고 내가 놓쳤던 것, 잘 쉬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아차렸다. 사실 서울을 떠나는 건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요했던 환경과 사람을 찾아냈다. 그건 참 잘한 것 같다.


몰입해 끝까지 생각해 내는 것, 나에게 질문하는 것... 멍했던 머리가 조금 맑아졌다.


내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는 회복력이다. 그걸 놓치지 않기로 했다. 아주 잘 다녀왔다.



작가의 이전글 함께 가는 사람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