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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Jan 04. 2017

새로운 시작에 앞서

지극히 개인적인 1인기업가 생존기 (11) 2016년 10대 뉴스


2017년의 시작은 [한겨레 ESC]에 실을 <너굴양 그림일기>원고를 하며 시작되었다.

새해 첫 ESC에 나가는 원고라 역시 주제는 새해를 맞으며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로 풀어냈다.


우리는 4계절을 살며 농사와 제사 등에 시간을 나누는 기준과 도구가 필요했다. 해 뜨면 일어나 밥을 먹고 일을 하고, 해가 지면 다시 잠드는 단순한 삶을 살면서도 시간의 구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 만들어냈고, 달의 변화를 연구하며 완성된 달력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달력이 시간을 나누어 주어 우리는 새해를 앞두고 새로운 시작의 기회를 맞는다. 어찌 그뿐인가, 음력 문화가 남아있는 우리는 설날에 다시 한 해를 시작하고, 인간의 리듬이 아주 오랫동안 4계절이 시작되는 봄에 한 해를 시작하는 것에 맞추어져왔기에 여러번 '리스타트restart'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그리고 시작에 앞서, 지난 것을 정리해야한다. 나는 오직 시작에만 마음을 두고 희망을 품은채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1인기업이 되고 만으로 3년이 지났다. 그리고 2017년이 시작하며, 4년차를 맞았다.


내가 운영하는 STUDIO HJ의 명함, 올 해에는 너굴양을 비롯해 이 이름도 알리고 싶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는 해마다 12월 말이 되면 나만의 10대 뉴스를 정리한다. 달력과 일기를 뒤적이며 개인, 혹은 일에서 중요한 일을 정리하다보면 한 해가 마무리되는 기분이다. 10대 뉴스를 정리하고 나서야 새해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할 수 있었다.


지난 12월 초 한국생산성본부에서 비주얼씽킹 강의를 했다. 이 때 워크샵으로 각자 '2016년 10대 뉴스'를 비주얼 언어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백지 위에 바로 그려내는 분도 있었고, 스마트폰 달력을 보며 텍스트로 정리한 다음 그림으로 표현하는 분도 있었다. 방법이야 어찌되었든 수강생들 모두 진지한 얼굴이었던 건 잊을 수 없다. 나도 기다리면서 칠판에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그리고 지난 30일에 다시 돌아본 후 다시 정리했다.


2016년 희정양 10대뉴스 (글 그림 너굴양)


(공개용으로 그리다보니 민감한 일은 없다)


1. 인생 첫 입원과 수술 - 갑상선 유두암 선고를 받아 갑상선 반을 절제했다. (전이는 없었다) 수술이 쉽지 않았지만 퇴원 후 건강을 회복하면서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인생이 반도 안살았는데 하늘이 제대로 경고장을 주셨다 생각하고 정신 좀 차리며 사는 기회로 삼자고 생각했다. 유쾌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붙잡고 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2. 인생 첫 팟캐스트 - 팟캐스트 <나는 1인기업가다>를 시작해 1주년을 맞았다. 2015년 12월 7일 첫 녹음, 12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56회가 방송되었다. 120시간에 육박하는 분량, 80여명의 게스트, 백만이 넘는 다운로드 등의 정량적 기록을 만들었다. 그 시간 동안 게스트들을 인터뷰하며 얻은 인사이트, 방송을 준비하며 배운 것들과 방송을 진행하며 늘어난 말주변, 수 많은 청취자들에게 1인기업가들의 목소리가 전해지는 쾌감 등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2017년에도 잘 부탁 드린다. 얼마전 6개월짜리 광고를 받아서 열심히 방송할 원천이 마련되었다.


3. 1인기업가 포럼 - 방송에서도 여러번 얘기했지만, 처음에는 '회식'의 형태로 시작했다. 방송 초반에는 '외로움','두려움' 같은 멘탈에 대한 상담이나 질문도 많았고, 1인기업을 주제로 한 팟캐스트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영을 받았기 때문에 오프라인 행사로 이어가고 싶어 회식을 만들었다. "엄마 나 오늘 회식해!"하면 묘해지는 엄마의 표정을 보는 게 그렇게 재밌었다. 회식에서 네트워킹이 이루어지고 비즈니스가 하나 둘 만들어질 무렵, 최인호 실장님이 '포럼'을 제안했고, 우리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1인기업가들의 비즈니스와 퍼스널 브랜딩을 발표하는 세션을 추가하면서 '1인기업가 포럼'은 지난 가을을 기점으로 안정되었다. 올 해에는 또 다른 포맷으로 1인기업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싶다.


4. 인생 첫 전시 <동상이몽 展> -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 '찰카기' 작가님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하던 여러 작가들을 한 데 모았던 의미 깊은 전시다. 첫 그룹전이기도 했다. 1년 동안 매달 모은 작품들이 한 자리에서 공개되던 날,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었다. 소품 여섯 점을 전시했고, 한 작품은 팔렸다. 작은 시작이지만 참 기뻤고, 페어 참여를 마음 먹게 해준 경험이다.


5. 인생 첫 페어 <서울국제일러스트레이터페어> - 온은주 작가님의 개인 프로젝트로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일러스트레이터와 작가 지망생들이 모였던 그룹전시였다. 이야기가 있는 주제로 소품 위주의 전시를 했고, 나는 엄마와의 추억 하나를 꺼내어 '엄마와 라일락'을 주제로 네 점을 그렸다. 원목 액자까지 후원 받아 끝까지 감사함으로 가득했던 페어, 코엑스 3층에서 지하까지 샌들을 신고 뛰어다니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6. 인생 첫 집회 - 가을 바람이 쌀쌀해질 무렵 대한민국을 강타한 소식. 나는 광화문에 나갈 수 밖에 없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었다. 촛불 든 너굴양을 그려 SNS에 공유하고, 직접 거리에 나가 찬 바람을 맞았다. 집회가 끝나고 마시던 맥주는 참 달았다. 30대 중반, 나는 곧 사회에서 구분하는 '중년'의 범주에 들어갈 것이다. 기성세대가 되면서 지금의 사태에 책임이 없다고 아무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함께 싸우고 싶었다. 한 번은 '1인기업가' 깃발도 만들어 그룹 분들과 함께 나갔다.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새해에도 광화문에서 모두 만나길.


7. 한겨레 ESC 연재 - 너굴양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그린지 십수년이 되었고, 세상에 적극적으로 알린지 5년이 다 되어가던 차에 나는 지쳐있었다. 나의 분신과도 같은 너굴양을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하면서도 적당한 연재처가 구해지지 않아 답답했다. 그 즈음 한겨레에서 연락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8회를 마감했다. 천년만년은 아니어도 오랫동아 연재하고 싶다. 나의 만화가 지면에 실리는 쾌감은 아직도 짜릿하기에.


8. 마음챙김 명상 - 가을 무렵 본격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시작했다. 내 성향이 해법을 밖에서 찾기보단 내 안에서 찾는 걸 원하기 때문에 그동안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고, 그 중 가장 안정적이고 자연스럽게 내가 받아들인 것이 명상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종교적 색채가 없고 마치 신체 훈련을 위해 웨이트 등의 운동을 하듯 '마음근육'을 길러주는 마음의 운동 같은 개념이라 좋았다. 명상의 효과는 뇌과학적으로도 증명이 되고 있다. (관련링크) 시작한지 몇 달 안 되었지만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있어 주변에도 추천하고 있다. (관련글은 추후 올릴 예정)


9. 드로잉, 비주얼씽킹 강의 시작 - 마이크 잡은 김에 노래도 부르랬다고, 팟캐스트를 시작하고 나서 가장 자주 한 일 중에 하나가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비전공자로 일러스트레이터 생활을 하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을 좀 더 편하고 쉽게 대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간 쌓은 야매(?) 노하우를 틈틈히 강의로 전달하고 있다. 그리고 관심이 큰 분야인 비주얼씽킹 강의도 조금씩 하고 있다. 그림으로 기록하고, 그림으로 생각하는,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던 비주얼씽킹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2017년에도 강의는 계속할 생각이다. 강연, 강의에서 비주얼노트를 만드는 개인적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10. 공동 작업실 입주 - 작업실 입주 자체가 큰 사건은 아니고, 그동안 일하는 곳이 집과 카페였던 것이 외부 공간으로 확장된 한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특히 코워킹 스페이스들에 관심이 갔고 실제로 운영하는 분들과 네트워크가 생겼다. 직접 그 공간에서 일해보기도 했고, 행사, 강의 등을 해보면서 일하는 물리적 환경에 대한 이해가 생겼다. 내가 일하는 방법에 맞는 장소를 마련하는 건 중요하다. 공동 작업실 경험은 아직 없어 겨울이 되기 전에 입주했는데, 아직까지는 만족스럽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생각의 폭이 좁은 미련한 성질 덕에 여러 장소에서 일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2016년은 이미 지나갔다. 이제 2017년을 준비할 때다. 올 해를 어떻게 보낼지도 시간을 갖고 생각해보았다. 계획은 공개하지 않는 편이므로 (흐흐) 한 해를 잘 보낸 후 10대 뉴스에서 보고하려고 한다.


글 그림 너굴양 (상업적 사용 외에 자유롭게 쓰세요)


싱숭생숭하고 쳐졌던 연말을 지나 새해가 되니 확실히 자세가 달라지는 듯 하다.

여러분도 힘찬 새해 되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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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지극히 개인적인 1인기업가 생존기




너굴양의 작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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