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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May 28. 2017

우리에게 pause가 필요할 때

헤이즐의 잡설


5월에는 강의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월초에는 중학생들과 '웹툰작가 직업체험'특강을 했고, 
내가 너무나 사랑하는 모임 gPause에서도 강의를 했다.
비주얼씽킹 특강도 했으니 수업 종류도 다양했다.

gPause 수업은 평소와 좀 달랐다.
비주얼씽킹, 일상드로잉 강의를 할 때는 보통 활용법, 워크샵을 기반으로 수업을 하게 되는데
이번에는 gPause의 테마에 맞게 마음챙김 명상을 가지고 강의했다.


결과는, 나도 행복했고 수업을 들은 분들도 즐거운 시간. 다른 수업에 명상 시간을 도입해야 하나 고민중이다. (특히 중학생들 수업...)

gPause에 대해서도 후기 겸 하여 몇 자 적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쓴다.

온오프믹스에 올린 홍보용 이미지 (그림 너굴양)


gPause는 뭘까?


gPause는 구글의 107번째 엔지니어인 차드 멩 탄이 만든 마음챙김 명상모임이다. 구글 본사 직원들이 참여했고, 나중에는 세계의 구글 지사로 번졌고, 실리콘밸리의 기업들과 스타트업에서도 명상 프로그램이 도입되는 계기가 되었다. gPause 서울은 유일하게 구글러 한정이 아닌 일반(public)에 오픈되어 있다. 

왜 서울만 대중에게 오픈이 된걸까? 이 모든 것은 gPause를 한국에 가져온 내면검색연구소 유정은 대표의 이메일에서 시작되었다.

차드 멩 탄은 구글 초기 멤버라 구글이 크게 성공한 후 평생 돈을 벌며 일하지 않아도 되었다. (부럽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할까 고민하던 멩은, 천재 엔지니어지만 소심하고 우울하던 자신이 미국에 온 후 마음챙김 명상을 만나 겪었던 위대한 변화를 떠올렸다. (구글에서 멩은 '유쾌한 친구(jolly fella)'라고 불릴 정도로 성격이 좋음) 

그리고 멩은 자신의 소원 중 하나였던 '세계평화'가 세계의 리더들이 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선한 영향력을 가진다면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른다.

이후 멩은 비영리법인 Search Inside Yourself(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를 만들어 명상 선생님들, 뇌과학자, 의사 등 전문가들과 함께 8주차 마음챙김 명상 프로그램을 내놓았고, 세계의 명상 선생님들이 이 과정을 이수했다. 한국에서는 유정은 대표가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조직인사컨설팅을 하던 유정은 대표는 마음챙김 명상을 알게 된 이후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평생의 과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고 판단, 박사과정 중에 직접 차드 멩 탄에게 메일을 보냈다. "'gPause'를 한국에 가져오고 싶다"고.

(아니 이 사람들 꿈이 왜 이렇게 원대한 것인가)

멩은 흔쾌히 "SURE!"라고 화답했고, 서울 대치동에 구글캠퍼스 서울이 오픈하며 gPause Seoul도 시작되었다. 이번 5월은 23번째 모임이었다.

나는 지난해부터 gPause에 나가고 곧 운영진이 되었다(자주 나오면 운영진이 됨ㅎㅎㅎ). 

gPause는 모두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참가비는 무료이고 연사들도 댓가를 받지 않는다. 다만 자발적이며, 마음챙김 명상을 하고 있다는 점,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선한 영향력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글 캠퍼스에는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많이 오고, 이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군이라 "창업가들, 너의 내면을 검색하라"라는 슬로건을 걸었는데, 사실 gPause에는 정말 다양한 분들이 오신다. 열려있는 모임이다.

나 역시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 MBSR-Mindfulness-Based Stress Reduction)을 접하며 달라진 것들이 있어서 주변에 권유하는 편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종교색도 없고 뇌과학의 발전으로 학문적 성과도 나오고 있어서 과학적인 근거가 마련되고 있다.


매달 구글캠퍼스를 가는 핑계로 출입카드를 만들었다. 가입 선물로 사탕을 줬다


왜 마음챙김 명상을 하는가


우리는 탄탄한 허벅지근육을 위해 스쿼트를 한다. '하체 힘이 중요해'하면서.
하지만 바쁜 일상속에서 쉼없이 달려오며 상처 받은 마음은 돌아보지 않는다.

마음도 근육을 길러 튼튼해질 필요가 있다. 두부멘탈, 유리멘탈도 매일 조금씩 마음챙김으로 좀 더 단단하고 강한 마음근육을 가질 수 있다.

이렇게 변화가 빠르고 자극이 많은 시대에 '멘탈 챙기기'는 더 힘들다. 
우리는 마음에 좀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과거나 앞날에 머물러있는 산란한 마음 상태를 '지금, 여기'로 돌리는 연습을 하며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는것이다.

정말 화가났던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 때 나의 마음과 몸은 어땠는지 기억나는가?
숨이 거칠고 얕게 쉬어지고, 얼굴이나 눈이 미세하게 떨릴 수도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손과 발에 땀이 나기도 한다. 

당시에는 잘 모른다. 평정심이 돌아오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근데, 화내고 난 후 몸이 쑤시거나 기운이 없다는 느낌을 받은적이 있는가? 화내는 순간, 감정이 순간적으로 폭발하고 나서야 비로서 느껴지는 '기운이 쑤욱 빠져나간 느낌'. 
감정이 해소가 되었다고 느낀다면 개운할 수 있지만, 대개 부정적인 감정들은 발산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은 몸에 큰 영향을 준다. 나도 아프면서 알게 되었고, 알아챈 다음엔 처음엔 몸에게 참 미안했다.
마음챙김으로 '지금, 여기'로 돌아와 나를 알아채는 연습을 하며 마음과 몸이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더 많이 받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을 한다고 언제나 행복하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힘들 때도 있고 화가 나거나 너무 슬플 때도 있다. 그럴 때 감정에 휩쓸리거나 분노를 곱씹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상태를 알아차리고 인정하고, 바라봐주는 힘이 생기는 것이 마음챙김 명상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

주절이 길어지는데... 해보면 훨씬 쉽다. 무엇보다 아주 상쾌해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초심자인 나는 유도명상 앱 마보(mabo)를 주로 쓰고있다)

강의날 구캠에 붙은 포스터, 운영진 연정님의 배려가 보인다


이날 나의 강의는 1시간 정도였는데, 마음챙김을 주제로 그림 수업을 하려니 고민이 많았다.
그림을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도 있어서 처음에는 재밌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림도 명상도 처음 시작할 때는 비슷하다. 막연하다. 해보지 않으면 예측이 잘 안되는 것들이 많다. 

사람은 잘 모르는 것, 예측 불가능한 것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해보면 의외로 잘할 수도 있고, 예상보다 훨씬 재밌다. :)


자리가 채워지는 중, 두근두근하구나


이날 오랜만에 많은 분들 앞에 섰다. (70명 가까이 오심)
수업은 해도해도 쉽지 않은 듯 하다. 이럴 땐 떨리는 마음, 설레면서 기대되는 내 마음도 충분히 바라봐주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5월의 gPause는 모임 리더인 유정은님의 짧은 명상과 함께 시작해 gPause(위에 쓴 멩 관련글이 매번 얘기해주시는 내용 ^^)소개를 한다.

그리고 너굴 등판! (두둥)

어쩐지 파워 넘치는 자세로 말하는 나님... (사진 강민지)


수업은 우리가 왜 그림을 그려야 할까, 그림을 그리며 마음챙김하는 것 같은 이유는 뭘까 이야기 나눠보고, 일상드로잉을 재밌게 그리는 방법, 워크샵 등으로 구성되었다.

손풀기 할겸 '어항과 물고기가족'테스트를 했다. 취미가 아니라면 평소에 그림을 그릴 일이 많이 없어서 부담없이 손도 풀고 테스트 결과를 서로 확인해보는 재밌는 시간을 가졌다.

그림 그리는 시간, 집중하는 모습은 남녀노소 관계없이 예쁘다

그리고 본격 워크샵 시간.
짝을 지어 앉아 '내 인생의 한장면'을 그려보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림을 그리기 전에는 1분 동안 눈을 감고 명상하듯이 생각을 떠올려본 다음 그림을 그렸다. 

위의 사진을 보면 다들 자신이 그리는 그림에 집중하고 있다. 그림 수업을 할 때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다. 몰입하는 모습이 참 예쁘다.
모두 자기 앞의 종이 위에 시선을 두고 펜을 놀리는 것에 집중한다. 
자신이 지금 여기서 하고 있는 행위에만 주의를 두고 있는 것. 
난 이것이 바로 명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림 그리는 행위 자체가 명상이 되는 것이다 

(mindful drawing이라는 주제로 글을 쓴 드로잉 작가가 있었다) 

구글에서 mindful drawing을 검색하면 불교의 '만다라'그림이 많이 나온다. 만다라는 그림으로 수행하는 방법을 말한다.

두번째 워크샵은 '짝궁 얼굴 그리기'. 간간히 터지는 웃음으로 더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서로의 얼굴을 유심히 봐야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짝궁이 그리는 내가 내 얼굴같지 않았을 것이다. 

보통 다른 사람의 얼굴을 그릴 때는 내가 보기에 예쁘고 멋진 부분을 강조하게 된다. 그래서 다른 사람이 그린 내 얼굴을 보면 내가 평소에 느끼는 내 얼굴과는 달라보인다. 
무엇보다 자기 얼굴은 거울로 보니, 좌우대칭이 바뀐 상태라 인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짝궁 얼굴을 나누며 다들 빵빵 터졌다. 서로 그림을 선물하는 훈훈한 풍경도 벌어졌다.  :D

시간이 남아(있다고 착각해) 오늘 일어난 일들을 그림으로 그리는 '그림일기'를 마지막으로 진행했다. 


어항과 물고기가족 테스트 하는 중 (사진 강민지)


시간을 꽉꽉 채워 진행했던 이 날, 많은 분들이 끝까지 참여해 즐겁게 그리고 이야기 나눠주셔서 참 좋았다. 운영진 분들은 수업에 참여하면서도 함께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까지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늘 고마운 분들이다. 자발적으로 저 많은 의자와 기물을 옮기고 정리해주신 참가자 분들도 감사했다.

오랜만에 스스로에게도 큰 자극과 기쁨이 된 수업이었다. 나에게도 pause가 되어준 시간이었다.

내년에도 업그레이드 된 <그림으로 마음챙김-mindful drawing> 시간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의 수업 자료는 아래에서 볼 수 있다.


6월에도 gPause는 계속된다.
pause라는 단어는 참 좋다. 바쁘게 살다가도 gPause에 가면 그 순간에 집중할 수 있게된다. :)

6월 gPause에서는 페오펫의 최현일님과 기부기획자 선혜경님이 사업에 대한 불확신과 두려움에 대한 의심을 마음챙김으로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나눌 예정이다. 마음챙김 명상에 대해 좀 더 깊이 이야기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종교적인 것이나 수행이 아니라 삶 속에서 스쿼트 하듯 마음 근육을 기르는 일, 모든 것과 거리두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며, 일하고 사랑하면서 할 수 있는 마음챙김에 대해 더 많이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길 바란다. 

열린 마음과 선한 영향력을 들고 오시면 된다. 너굴양이 환영해드린다.

6월 7일 수요일 저녁 7시- 9시 @구글캠퍼스 서울 (신청은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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