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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양 Nov 08. 2017

제주 곶자왈과 연애의 공통점?

헤이즐의 잡설

최근 그림에세이 프로젝트로 브런치 매거진을 만들고 있다.

https://brunch.co.kr/@shockly/156

이번 글은 곶자왈이라는 제주에만 있는 숲을 마음에 비유하여 쓴 것이다.




'곶자왈'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게 6-7년 전이다.

제주에 출장을 왔는데 하필 그 주변이 생태가 잘 보전되어 있는 습지였다.

그러면서 알게 된 말이 곶자왈.

7월 제주의 습한 날씨는 파마가 풀리기 시작한 부시시한 내 머리를 곶자왈처럼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이번 여름, 내가 아는 소년같은 청년이 곶자왈 머리를 하고 나타났다.

나는 뭣도 모르고 구불구불한 그의 머리를 보며 '곶자왈~곶자왈~' 노래를 불렀다.

그는 나에게 곶자왈이 무엇인지 더 정확히 알려주었다.


곶자왈(Jeju Gotjawal) : 숲을 뜻하는 제주 사투리 ‘곶’과 돌(자갈)을 뜻하는 ‘자왈’을 합쳐 만든 글자로 화산이 분출할 때 점성이 높은 용암이 크고 작은 바위 덩어리로 쪼개져 요철(凹凸)지형이 만들어지면서 나무, 덩굴식물 등이 뒤섞여 원시림의 숲을 이룬 곳을 이르는 제주 고유어이다. (출처 : 위키백과)



애월에 있는 환상숲 곶자왈 공원에 가면 꼭 듣게 되는 해설이 하나 있다.


'갈등(葛藤)'

갈(葛)은 칡이고 등(藤)은 등나무다. 


칡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어떻게 해도 만날 수 없는 사이, 끊임없이 뒤엉켜있는 상태를 갈등이라고 부른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듣고 연애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삼십년 동안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남녀가 만나 서로를 알아가며 하나가 되는 과정.

한 가지는 오른쪽으로 휘고, 한 가지는 왼쪽으로 휘감아 '갈등'이 된다.


그 갈등을 반복하며 다름을 알고 받아들이는 지난한 과정을 따라

두 가지는 조금씩 공고해지고, 마침내 두 가지는 마치 하나의 가지인 듯이 물결쳐간다.


갈등은 두렵다. 문제를 일으키고 답답하게 만든다.

하지만 부딪히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리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사랑할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조금 이상해보여도, 이해할 수 없어도 그 사람이라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들이 있다.


제주, 곶자왈, 그리고 그가

내가 사랑하고 살아가는 방식을 조금씩 바꾸고있다.


(사진 : 이힘찬)


두려워도 부딪히고, 서툴어도 솔직해지도록, 나를 좀 더 드러내도록.

그래서 마침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의 가지가 휘감아 올라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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