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쉰한 번째 봄, 4월 3일

함께 견디는 길의 온도

by 네로

규담아, 쉰한 번째 생일 축하한다.


어린 규담이는 엄마, 아빠와 어제 병원에 다녀왔단다.

예전에는 늘 혼자 갔었어. 혹시라도 좋지 않은 말을 듣게 되면, 그 무게를 혼자 끌어안고 돌아오면 그만이라 생각했거든.

하지만 지금은 다르더구나.


아빠는 이제 그 시간조차 너와 엄마와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한단다.
병원에 가는 길이, 진단을 받는 순간이, 그리고 돌아오는 길의 적막까지도 —
모두 하나의 가족 여행처럼 여기고 싶어졌다.
설령 그 여행의 목적이 슬픔을 이겨내기 위한 것이라도 말이야.


이번에는 일찍 일어나 지친 얼굴로 버스를 타지 않았어.
전날, 병원 근처의 작은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었지.
창밖에는 불빛이 가볍게 흔들리고, 복도에는 늦은 밤 돌아오는 사람들 발소리가 머물렀어.
그 안에서 우리 셋은 작은 성처럼 서로에게 기대며 잤단다.


그다음 날, 아빠는 진료를 받으러 갔고,
너는 — 아직 너무도 어린 너는 —
긴 하루를 함께 견뎠지.


병원까지는 네 살도 안 된 작은 몸에게 너무 먼 길이었다.
지도에는 4시간이라고 쓰여 있지만,
실제로는 거의 7시간이 걸렸어.
낯선 공간과 긴 이동, 반복되는 멈춤과 출발,
그 속에서 너는 많이 힘들어 보였단다.


그 작은 손이 자꾸만 엄마 옷자락을 잡고,
낯선 사람들과 기계 소리가 들릴 때마다 눈이 흔들리고,
몸을 뒤틀어 울음이 북받칠 때,

아빠는 마음이 조용히 찢어지는 느낌이었어.

아빠 때문에,

아빠의 길 때문에,
너에게도 조금은 무거운 길을 걷게 하는구나.


그런데 규담아,
그 모든 시간 속에서도 너는 기특했어.
불편하고 낯설고 무서웠을 텐데도
결국 아빠 품에 기대 잠들어버린 너의 얼굴이,
세상에서 가장 강한 용기처럼 보였단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그 순간 속으로 생각했어.


“그래, 이 길을 나는 혼자 걷지 않는구나.”


그리고 그 사실이, 무섭고도 고맙고, 고맙고도 또 미안했단다.


규담아,

삶이란 건,
거대한 기쁨으로만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
이렇게 조금 불편하고 조금 아프고 조금 고단한 시간들이 모여서
조심스레 이어져 가는 것 같다.


너와 함께 병원에 다녀온 날 —

누구보다 힘들었을 너에게,
아빠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그날 네가 울던 얼굴도, 잠들며 동그랗게 말리던 손도, 모두가 아빠에게 온 세상을 버티게 해 준 힘이었어.”


너는 아직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그날의 너는 아주 작은 영웅이었단다.

아빠의 하루를 함께 견딘,
아빠의 가장 조용한 기적.

고마워, 규담아.
그리고 미안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
너무 사랑한단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우리가 함께 걷는 모든 길 위에서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