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쉰여덟 번째 봄, 4월 3일

by 네로

규담아,

쉰여덟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오늘은 크리스마스란다.

사람들은 이 날을 선물의 날로 기억하지만,

사실 크리스마스도 누군가의 생일이지.

태어난다는 것, 이 세상에 온다는 것 자체가

이미 충분히 축하받아야 할 일이라는 걸

이 날은 조용히 알려주는 것 같아.

그러니 잊지 마렴.

탄생은 언제나 기적에 가깝다는 사실을.


아빠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만약 네가 사는 집의 옆집에서 누군가가 굶주리고 있다면,

그건 전부 세상의 잘못만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조금은, 아주 조금은

우리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이야.

너무 무거운 말처럼 들릴까 봐 조심스럽지만,

아빠는 이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었다.


네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의 일이 떠오른다.

핏덩이 같던 너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었지.

시계는 의미가 없었고,

하루는 잘게 쪼개져

한 시간 단위로 다시 시작되는 날들이었단다.

엄마와 아빠는 번갈아 너를 안고

달래고, 걷고, 다시 안고

그렇게 밤을 건넜다.


네 울음소리는 제법 컸어.

집 안에서만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복도를 지나, 계단을 타고

1층까지 내려갈 만큼 말이야.

어느 날은 괜히 마음이 철렁해서

“우리가 너무 시끄러운 건 아닐까”

“혹시 민원이 들어오지는 않을까”

그런 걱정을 하던 날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초인종이 울렸단다.

아빠는 순간 죄송하다는 말을

이미 입안에서 굴리고 있었어.

문을 열자,

거기엔 과일바구니가 하나 놓여 있었지.

옆집에 사시던 분들이었어.


그분들은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아이는 원래 울면서 크는 거예요.”

“괜찮아요, 전혀 시끄럽지 않아요.”

“언젠가 한 번, 얼굴도 보여주세요.”


그 말이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 모른다.

아빠는 그날에서야

아이를 키운다는 게

부모 둘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몸으로 알게 되었단다.

동네가, 이웃이,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조금씩 나눠 들고 가는 일이더구나.


그래서일까.

아빠는 누군가에게 받았던 그 온기를

어디엔가 다시 흘려보내고 싶어졌다.

올해 아빠는 고아원에

백만 원을 후원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큰돈은 아니지만,

한때 아빠가 받았던 도움과 배려가

이 세상 어딘가에서

다시 숨을 쉴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야.


규담아,

선행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빠는 믿는다.

문을 두드리는 대신

과일바구니를 내려놓는 마음,

울음을 나무라지 않고

웃어주는 태도,

그게 세상을 조금 덜 차갑게 만드는 힘이란다.


쉰여덟의 너는

아마도 이미 많은 날들을 살아냈겠지.

그만큼 무뎌진 부분도 있고,

그만큼 지켜내고 싶은 것들도 생겼을 거야.

그럴 때 오늘을 떠올려도 좋겠다.

크리스마스가 누군가의 생일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우리가 서로의 삶에

아주 작은 책임을 지고 있다는 걸.


오늘 밤,

네가 받은 것보다

조금 더 많이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기를

아빠는 조용히 바라본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생일 축하한다.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