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빠의 마지막 편지
규담아, 예순한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한 갑자가 지났구나.
너의 인생은 어땠니.
행복했니?
아빠는 말이야,
행복했단다.
네가 생기고,
태어나고,
이유식을 먹고,
정확한 발음은 아니었지만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러주던 날들.
그런 시간들이 있었거든.
오늘은 새해 일출을 보러 갔지.
구름에 가려 해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아빠는 알겠더구나.
그것은 아름다움이었단다.
규담아,
이 편지를 끝으로,
아빠는 더 이상 너에게
편지를 남기지 않으려 한다.
힘들어서도 아니고,
너를 덜 사랑해서도 아니야.
이제는
네가 누군가에게
편지를 남길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을 뿐이란다.
아빠는, 네가 몇 살이 될 때까지
네 곁에 있었는지, 정확히 모르지만,
아마 병원에서 말한 것과 가깝지 않을까?
다만,
아빠는 그것보다는 더 오래, 너와 함께 살고 싶었단다.
그 마음만은 분명해.
오늘 엄마가 그런 꿈을 꾸었다더구나.
아빠가 이제 너무 힘들다며, 남강으로 뛰어내리는 꿈을.
그걸 본 엄마가
곧바로 강으로 뛰어들어
아빠를 구해내고는
찰지게 욕을 했다고 하더라.
네 엄마는, 아빠가 약을 먹는 모습을 보는 것을 힘들어했다.
아빠가 아파하는 것보다,
그것을 지켜보는 일이 더 아프다고 했던 사람이었거든.
건강한 아빠였으면
좋았을 텐데.
아빠가 어릴 적,
운동회 날이면
친구들 부모님은
함께 달리고
함께 웃었지만,
아빠의 아빠는,
너무 바빠서 끝내 오지 못했단다.
그래서 아빠는
네 운동회에는 꼭 가고 싶었다.
괜히라도, 앞에서 달려보고 싶었지.
아마
잘하지는 못했을 거야.
그래도
꼭 가고 싶었단다.
미안하다.
하지만 이것만은
꼭 남기고 싶다.
한 살의 너도,
열 살의 너도,
그리고 지금
예순한 살이 된 너도.
아빠는
늘, 너를 사랑한단다.
영원히.
이 편지가,
언제 어디서 닿든
언젠가 너에게 닿기를 바라며,
이 연재를 여기에 두려고 한단다.
그리고,
이제는 규담이 네가 쓰렴.
네가 남길 문장들이,
또 다른 누군가의,
규담이의 소중한 사람의
봄이 되기를 바라며,
영원한 봄날에,
너를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