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통해 나를 건너고, 너에게 닿고 싶다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사천으로 발령을 받고 혼자 내려오면서부터였다.
낯선 도시의 밤과 말 없는 방 안,
그 고요를 견디기 위해 처음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렸다.
‘네로(너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처음엔 그저 작은 기록이었다.
하지만 짧은 댓글 한 줄, ‘좋아요’ 하나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내가 적은 말들이 누군가의 하루에 닿았다는 사실,
그게 단순한 반응을 넘어 내 안의 공허한 자리를 메웠다.
브런치를 통해 나는 내가 살아 있음을 확인했다.
쓰지 않으면 흩어져버릴 것 같은 감정들을,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을,
나는 글 속에 눌러 담았다.
돌아보면, 내 글은 나를 위한 것이면서도 결국 누군가를 향해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향해,
내 아이에게 남기고 싶은 말들을 향해,
그리고 언젠가 내 이야기를 읽을지도 모를
낯선 누군가를 향해.
그래서 나에게 작가의 꿈이란
대단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도,
수많은 독자를 모으는 것도 아니다.
내 꿈은,
내가 지나온 길 위의 흔적을 글로 남기는 것.
그리고 그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닿아
아주 잠시라도 숨을 고르게 하는 위로가 되는 것.
브런치에서 이루고 싶은 작가의 꿈은
바로 그런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 것이다.
네로.
너의 길.
이 필명은 결국 나에게 글을 쓰는 이유를 다시 알려준다.
나는 나만의 길을 걸어가지만,
그 길에서 누군가와 스쳐 지나며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가 자라
내 글을 읽게 된다면,
아버지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그 꿈으로 향하는
내 가장 조용한 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