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동안, 남겨진 약속

눈으로 만든 소를 마무리하면서,

by 네로

이 이야기는 소설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제 삶과, 저와 가까운 사람들의 기억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장면은 실제였고, 어떤 대사는 제 곁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였고, 어떤 시간은 상상 속에서 다시 빚은 것이었습니다.


사실과 허구를 굳이 나누고 싶지 않습니다.

누군가의 하루, 누군가의 계절, 누군가의 숨결이 제 안에서 겹쳐지고 흩어지며 이야기가 되었으니까요.


이 글을 쓰는 동안, 소중한 지인을 떠나보냈습니다.

그녀는 반년 동안 혈액암과 싸우다, 다섯 번째 항암을 지나 조금 숨통이 트이는가 싶더니, 결국 뇌수막염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녀의 아이들을 봤을 때, 아이들이 많이 울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이 소설을 완성하면 먼저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가 여기에 스며 있어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끝내 그러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 투병 중입니다.

암과 뇌종양을 앓으며, 언젠가 먼저 떠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언젠가 그녀에게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제가 죽으면, 육개장 먹으러 와요. 제가 사는 지역은 육개장 하루, 시락국 하루가 나오니까. 날짜 잘 맞춰서요.”


그런데 세상은 순서를 정해 주지 않더군요.

제가 아니라, 그녀가 먼저 떠났습니다. 그것도 진행속도가 매우 빨랐고 지난주에 부고를 받았어요.


소설을 쓰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건, 삶이라는 건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더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요.

사라지는 것들을 예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주어진 몫이라는 것도요.


그래서 저는 계속 씁니다.

살아있는 동안에는 좀 더 써보려고요.

사라진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남은 것들을 사랑하기 위해.


소설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 속에 겹쳐진 시간과 기억들이, 당신의 하루에 작은 온기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2025년 9월 8일 0시 20분.

네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