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를
아빠는 어릴 때부터 글을 쓰고 싶었단다.
밤마다 작은 스탠드 불빛 아래서 책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문장을 굴리던 시절이 있었어.
단어 하나를 붙잡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그 단어에 걸려오는 마음의 울림을 좋아했지.
그래서 문예창작과에 가고 싶었단다.
하지만 네 할아버지는 완강히 반대하셨어.
“글을 써서는 굶어 죽는다.”
차라리 실속 있는 공부를 하라고,
아빠 남매 중 한 명은 꼭 농협에 넣고 싶다고 하셨지.
아빠는 처음으로 깊은 고민을 했어.
돈을 벌어 스스로 문예창작과에 갈 수도 있었겠지만,
당시 아르바이트로는 학비와 기숙사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웠단다.
결국 아빠는 지방에 있는 국립대에 하향 지원했어.
그렇게하니 대학등록금이 면제였단다.
그리고 네 엄마를 따라 원예학과로 진학했지.
대학에 들어간 뒤로도 글에 대한 마음을 쉽게 접진 못했어.
도서관 구석에 앉아 읽고, 또 읽고,
몰래 노트를 꺼내 글을 적기도 했단다.
남들이 보기에 그건 어린아이의 낙서 같았을지 몰라도
아빠에겐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이었어.
가끔 생각해.
만약 내가 그때 문예창작과에 진학했더라면
내 삶은 조금 달랐을까?
더 좋아졌을까, 아니면 더 힘들었을까.
사실은 알 수 없어.
다만 분명한 건,
꿈을 완전히 내려놓진 않았다는 거야.
얼마 전,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아빠의 지인이 남긴 말이 있어.
“하고 싶은 것만 하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
그 말이 가슴속 깊은 곳에 오래 맴돌더구나.
그 말을 들으면서
문득 지나온 계절들이 아쉽게 스쳐갔단다.
바쁘다는 핑계로 계절을 놓쳤고,
사랑한다는 말을 미뤄두었고,
언젠가는 하겠다고 미뤄둔 꿈들을
끝내 잡지 못한 채 지나쳐 왔어.
규담아,
마흔이라는 나이는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반환점 같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네가 사랑하는 일을 시작하기에, 인생은 결코 늦지 않다.
혹시 주변에서 늦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아빠는 이렇게 말할 거야.
“아니야, 지금이 바로 시작할 때야.”
네가 꿈꾸는 삶을 살아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가 어떤 길을 걷든
스스로를 잃지 않고 살아주기를 바란다.
사랑한다, 규담아.
아빠는 아빠의 미완의 꿈까지 물려주는 마음으로
오늘 이 편지를 네게 적는단다.
사랑한다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