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흔한 번째 봄, 4월 3일

다시 한번, 생각하라

by 네로

규담아,


네가 마흔한 번째 봄을 맞이한 오늘,

아빠는 예전처럼 조언을 하려고 이 편지를 쓰는 게 아니란다.

이제는 네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강을 건너는 동료로서,

같은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몇 마디를 건네고 싶어.


아빠가 규담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인 열여덟 살 땐

정말 답이 보이지 않는 날들이 있었단다.

세상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고,

숨을 쉬어도 공기가 가슴속까지 닿지 않는 것 같았어.


그때 아빠의 눈에 들어온 말이 있었어.


“다시 한번 생각하라.”


아마도 자살하려는 사람을 막기 위해 적어놓은 말이었겠지.

하지만 아빠에겐 달랐어.

그 말은 주저앉아 있던 내 등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밀어버린 말이었단다.


아빠는 칼을 들고 있던 손을 당겼어.

피가 생각보다 많이 났지만, 곧 지혈됐어.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아팠어.

아직도 아빠 손목에는 흉터가 남아 있단다.


규담아, 네가 마흔한 살이 된 지금,

아빠보다도 나이가 많아졌을 너도

가끔은 세상이 버겁게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말해주고 싶어.


“괜찮아.”


아빠는 사실 지금도 많이 힘들 때가 많아.

완벽한 어른이 아니라서,

지금도 흔들리고,

가끔은 길을 잃은 것 같을 때가 있어.


하지만 매번 다시 하루를 삼키게 하는 건

너와 네 엄마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때 생긴 손목의 흉터를 보며 다시 일어난단다.


아빠가 조금 더 살아야 하는 이유,

조금 더 버텨야 하는 이유는

결국 너희라는 사실을 오래전에 알았거든.


규담아, 네가 마흔한 살이 된 오늘,

혹시 많이 지쳤다면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렴.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해줘.


“괜찮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규담아,

아빠는 이제 네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야.

이젠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네가 살아낸 시간을 존중하는 사람이고,

네 옆을 묵묵히 걸어가는 동료란다.


진실로 삶이 단단해지는 질 때는

넘어지지 않았을 때가 아니란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때,

흉터를 감추지 않고 안아줄 때,

그때 비로소 단단해지는 거야.


혹시 네가 이 편지를 읽는 지금,

어떤 벽 앞에 멈춰 서 있다면

아빠가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야.


“괜찮아, 그러니 숨을 쉬렴”


그리고 아주 작은 숨이라도 더 쉬어주렴.

그 한 번의 숨이

네 삶의 다음 장을 열어줄 수도 있으니까.


사랑한다, 규담아.

아빠도, 흉터를 안고 살아간단다.


그러니 안심하렴.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