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생각하라
규담아,
네가 마흔한 번째 봄을 맞이한 오늘,
아빠는 예전처럼 조언을 하려고 이 편지를 쓰는 게 아니란다.
이제는 네 위에 서 있는 사람이 아니라,
같은 강을 건너는 동료로서,
같은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조용히 몇 마디를 건네고 싶어.
아빠가 규담이보다 훨씬 어린 나이인 열여덟 살 땐
정말 답이 보이지 않는 날들이 있었단다.
세상이 너무 무겁게만 느껴지고,
숨을 쉬어도 공기가 가슴속까지 닿지 않는 것 같았어.
그때 아빠의 눈에 들어온 말이 있었어.
“다시 한번 생각하라.”
아마도 자살하려는 사람을 막기 위해 적어놓은 말이었겠지.
하지만 아빠에겐 달랐어.
그 말은 주저앉아 있던 내 등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밀어버린 말이었단다.
아빠는 칼을 들고 있던 손을 당겼어.
피가 생각보다 많이 났지만, 곧 지혈됐어.
그리고 생각보다 많이 아팠어.
아직도 아빠 손목에는 흉터가 남아 있단다.
규담아, 네가 마흔한 살이 된 지금,
아빠보다도 나이가 많아졌을 너도
가끔은 세상이 버겁게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구나.
그래서 말해주고 싶어.
“괜찮아.”
아빠는 사실 지금도 많이 힘들 때가 많아.
완벽한 어른이 아니라서,
지금도 흔들리고,
가끔은 길을 잃은 것 같을 때가 있어.
하지만 매번 다시 하루를 삼키게 하는 건
너와 네 엄마가 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그때 생긴 손목의 흉터를 보며 다시 일어난단다.
아빠가 조금 더 살아야 하는 이유,
조금 더 버텨야 하는 이유는
결국 너희라는 사실을 오래전에 알았거든.
규담아, 네가 마흔한 살이 된 오늘,
혹시 많이 지쳤다면
잠시 멈춰 서서 숨을 고르렴.
그리고 스스로에게 말해줘.
“괜찮아,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충분해.”
규담아,
아빠는 이제 네게 무언가를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야.
이젠 네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네가 살아낸 시간을 존중하는 사람이고,
네 옆을 묵묵히 걸어가는 동료란다.
진실로 삶이 단단해지는 질 때는
넘어지지 않았을 때가 아니란다.
넘어진 자리에서 다시 일어날 때,
흉터를 감추지 않고 안아줄 때,
그때 비로소 단단해지는 거야.
혹시 네가 이 편지를 읽는 지금,
어떤 벽 앞에 멈춰 서 있다면
아빠가 전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야.
“괜찮아, 그러니 숨을 쉬렴”
그리고 아주 작은 숨이라도 더 쉬어주렴.
그 한 번의 숨이
네 삶의 다음 장을 열어줄 수도 있으니까.
사랑한다, 규담아.
아빠도, 흉터를 안고 살아간단다.
그러니 안심하렴.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