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마흔다섯 번째 봄, 4월 3일

인생의 가운데서 서 있을 너에게

by 네로

규담아,

네가 마흔다섯 번째 봄을 맞이한 오늘, 아빠는 또다시 너에게 편지를 쓴다. 규담이는 지금 젊다고 하기엔 이미 많은 것을 지나왔고, 늙었다 하기엔 아직도 남은 길이 많은 나이에 있구나. 사람들은 이 나이를 흔히 ‘중년’이라 부르지만, 아빠는 그렇게만 말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인생의 한가운데, 조금 더 멀리와 조금 더 가까이를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나이라고 부르고 싶구나.


아빠도 너만큼은 살고 싶은데, 어떤지 모르겠구나.

규담아, 아빠는 늘 뒤를 돌아보고 앞을 내다보느라 발밑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단다. 과거의 상처가 아물지 않아 붙잡혀 있기도 했고, 앞으로 다가올 두려움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살지 못했지. 그런데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인생은 결국 걸어온 길과 남은 길을 동시에 품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더구나. 너도 지금쯤은 그 사실을 느끼고 있을 거라 믿는다.


그 나이에는 몸도 마음도 조금씩 신호를 보낼 거야. 작은 통증이 쉽게 가시지 않고, 잠깐의 피로가 오래 남을 때가 있지. 아빠도 암과 뇌종양을 겪으면서, 여러 병원을 드나들면서 깨달았다. 건강이야말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절대적인 조건이라는 걸 말이야. 그러니 혹시 네 곁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스스로를 잘 돌봐라. 너의 건강이 곧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안녕이기도 하니까.


사람과의 관계도 많이 달라지는 시기일 거야. 어떤 친구는 멀어지고, 또 어떤 친구는 다시 가까워지고, 가족 안에서도 관계의 모양이 달라지겠지.


네가 걸어온 길을 아빠는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리고 아직 남은 길 위에서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아빠는 너의 편이 되어줄 거다. 인생의 중간에서 잠시 숨을 고르듯, 오늘 이 편지를 읽으며 네 삶을 한 번 천천히 되짚어 보아도 좋겠다.


사랑한다, 규담아.

네가 걸어온 길도, 앞으로 걸을 길도 모두 존귀하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봄에,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