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번져가는 순간들
규담아, 마흔여섯 번째 생일을 축하한다.
네가 마흔여섯 번째 봄을 맞이하는 오늘, 아빠는 이렇게 웃음을 띠며 편지를 쓰고 있단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에게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찾아왔기 때문이지. 둘째 고모가 아기를 가졌단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까꿍이”라는 태명을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어. 성별은 공주님이라고 하더구나. 고모와 외삼촌은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길 바란다며 하루하루를 설레며 지내고 있단다. 새로운 생명이 오는 건 언제나 축복이고,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 가족의 세상은 조금 더 밝아지고 따뜻해지는 것 같아.
아빠는 네가 태어나던 날을 떠올린다. 베이비페어에 가서 작은 아기 옷을 만지작거리며 어떤 걸 사야 할지 고민했던 시간, 네 심장소리를 처음 들었던 순간, 네 엄마의 배 위에서 느껴지던 작은 태동까지. 그 모든 게 기적 같았고, 세상의 모든 시선이 오직 너 하나를 위해 모아지는 것 같았지. 그때 우리가 느꼈던 벅참과 두려움이 이제는 둘째 고모와 외삼촌에게 전해지고 있는 거야. 세상은 그렇게 이어지고, 사랑은 그렇게 흘러가는 거란다.
그리고 규담아, 너의 아기 시절 이야기를 하나 들려줄게. 사실 네 생애 첫 뽀뽀는 엄마도, 아빠도 아니었단다. 그 주인공은 지유 누나였어. 너는 작은 입에 쪽쪽이를 물고 있었는데, 지유가 다가오더니 망설임도 없이 쪽쪽이를 치우고 아주 당당하게 네 입술에 뽀뽀를 했지. 그 순간 엄마랑 아빠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하지만 웃음이 멈추질 않았어. 그 모습은 정말 사랑스러웠고, 우리 가족이 서로에게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 같았단다. 사랑은 그렇게 준비되지 않은 순간에도, 경계가 사라진 순간에도 불쑥 우리에게 다가오지.
행복이란 건 아빠가 살아보니 늘 그런 순간 속에 숨어 있더구나. 특별히 거창한 게 아니야. 뜻밖의 뽀뽀 한 번, 누군가의 태명 속에 담긴 따뜻한 마음, 저녁밥상에 올려진 작은 반찬 하나에도 행복은 스며들어 있단다. 우리는 늘 미래의 행복을 준비하느라 바쁘지만, 정작 우리를 가장 단단하게 지탱해 주는 건 오늘 같은 사소한 웃음이야.
규담아, 살아가는 동안 힘들고 지치는 날도 있겠지. 하지만 기억해라. 행복은 반드시 찾아온다는 걸. 우리가 일부러 부르지 않아도, 행복은 늘 우리의 틈새에 숨어 있다가 불쑥 다가온다. 때로는 네가 누군가에게 그런 행복이 될 수도 있단다. 네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네가 웃는 것만으로, 누군가는 세상에서 가장 큰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사랑한다, 규담아.
행복은 늘 너의 곁에, 그리고 네 안에 있다는 걸 꼭 기억해주었으면 한다.
네 삶이 늘 이런 작고 소중한 행복으로 가득하길 아빠는 기도한다.
봄에,
아빠가